상표·매장 모방 넘어 'K'이미지 활용↑국적 오인, 'K'불신으로 이어질 수도K뷰티 인증 통해 정체성·신뢰 지켜야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모방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 제품의 상표나 패키지를 그대로 베낀 위조품이 주로 문제가 됐다면 최근에는 한국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이름과 디자인, 'KOREA' 등의 표현을 내세워 한국 제품이나 기업으로 오인하게 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제품을 넘어 K뷰티가 쌓아온 이미지와 정체성까지 모방의 대상이 된 셈이다.
이미 인기 제품을 겨냥한 위조 사례는 해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 세관에서는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 점이 압류됐다. 지난 6월에는 중국 광저우에서 메디큐브 6개 품목의 위조품 6000여 개가 적발됐으며 현장에서는 스킨1004와 아렌시아 등 다른 국내 브랜드의 위조품도 함께 발견됐다. K뷰티 인기가 높아지면서 위조 대상과 유통 지역도 함께 넓어지는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모방 대상이 제품을 넘어 유통 브랜드와 매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 등장한 화장품 편집숍 '온리영(ONLY YOUNG)'이다. 상호부터 초록색 계열의 로고와 간판, 매장 구성과 상품 진열 방식 등이 CJ올리브영과 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 숏폼 플랫폼 도우인에서는 K팝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한 매장 홍보 영상도 확산됐다. CJ올리브영이 현재 중국에서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지 소비자가 국내 올리브영과 관련 있는 매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한국 이미지를 직접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중국계 생활용품 유통업체 무무소(MUMUSO)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에서 매장 간판에 'KOREA'의 약자로 인식될 수 있는 'KR'을 표시해 논란이 됐다. 무무소는 과거에도 한국 기업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브랜드 표시와 마케팅으로 지적받은 바 있다. 제품을 베끼는 데서 시작된 모방이 브랜드와 매장을 거쳐 한국이라는 이미지 자체로 넓어진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K뷰티의 높아진 위상이 있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한국은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 화장품'이라는 출신 자체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K뷰티의 이름값을 활용하려는 유인도 커진 셈이다.
물론 해외 기업이 한국 화장품과 경쟁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화장품 기업이 자체 브랜드와 제품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쟁이다. 문제는 자국 브랜드로 경쟁하는 대신 제품의 출신을 흐리거나 한국 기업과 관련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국내 기업들이 쌓아온 K뷰티의 신뢰에 편승하는 경우다.
더 큰 우려는 이러한 행위가 개별 기업의 피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품질과 안전에 대한 신뢰가 구매를 좌우한다.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위조·모방 제품을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으로 오인해 사용한다면 해당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가 K뷰티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오랜 기간 연구개발과 품질 관리, 해외 인증과 유통망 확보에 투자하며 쌓은 신뢰가 훼손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K뷰티가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이제 제품뿐 아니라 'K'라는 이름에도 경제적 가치가 생겼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오랜 기간 쌓아온 결과다. 그만큼 K뷰티를 보호하는 방식도 개별 제품이나 상표의 위조 여부를 가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K뷰티의 성장이 이어질수록 이를 닮은 제품과 브랜드가 나오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 제품인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행위까지 글로벌 인기의 부산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수출 확대와 함께 해외 소비자가 진짜 한국 브랜드를 구분할 수 있도록 K뷰티가 쌓아온 정체성과 신뢰를 지키는 일에도 힘을 실어야 할 때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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