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6천피'의 덫···한 달째 제자리걸음하는 코스피(종합)

증권 투자전략

'6천피'의 덫···한 달째 제자리걸음하는 코스피(종합)

등록 2026.08.19 16:16

박경보

  기자

7000선 안착 번번이 실패···극한 변동성 장세 지속장기금리 상승에 반도체 제동···외국인 수급도 흔들증권가 "추세 훼손은 아냐"···실적 중심 대형주 주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코스피 지수가 한 달째 6000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5000선까지 추락했다가 7000선 문턱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과 외국인 매도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증권가는 최근 조정을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면서도 금리 안정과 외국인 수급 회복이 추가 상승의 관건이 될 것으로 봤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8.66포인트(5.80%) 내린 6471.17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9시6분에는 미니 코스피200 선물이 기준가격보다 6.02% 떨어지면서 올해 25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까지 포함하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횟수는 48회에 달한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만1000원(7.82%) 내린 24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6만2000원(9.75%) 급락한 150만원에 마감했다. 최근 코스피 반등을 주도했던 두 종목이 동시에 큰 폭으로 밀리면서 지수의 낙폭도 확대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도 지수를 압박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4884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322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4조6353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받아냈다.

7000선 찍은 뒤 5000선까지 추락···한 달 만에 제자리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6516.27에 마감했던 코스피는 23일 7096.89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급격하게 밀리면서 30일 5593.56까지 추락했다. 다음 날인 31일에는 하루 만에 17.91% 급등한 6595.45로 올라섰고 이달 14일 6977.94까지 회복했지만 결국 다시 6000선 중반으로 되돌아왔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조1000억원을 순매수했고 같은 기간 지수는 8.2% 상승했다. 비농가고용 부진에 이어 소비자물가가 예상치에 부합하고 생산자물가가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다 AI 인프라 기업들의 호실적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글로벌 장기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기백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유럽의 장기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성장주의 할인율과 설비투자 우려가 커졌다"며 "미국 기술주에서 시작된 매도세가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장기금리 다시 복병···반도체까지 흔들


이번 조정의 중심에는 글로벌 장기금리가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5.33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우려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확대가 공급 부담을 키운 가운데 주요 해외 투자자의 미국채 보유액 감소까지 겹쳤다.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도 부담이다. 미국과 이란의 60일 휴전 합의가 만료된 가운데 브렌트유가 배럴당 91달러를 다시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높아졌다. 삼성증권은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반면 장기물 금리가 두드러지게 상승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경로보다는 국채 수급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AI 성장 기대에서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AI 관련 채권 발행은 올해 들어 489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3220억달러를 넘어섰다. AI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수요가 채권시장과 기업의 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리 변수가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추세 꺾였다기엔 이르다···외국인 복귀가 관건


다만 김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까지 장기적인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비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 18일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 3.93배와 SK하이닉스 3.28배로 마이크론 6.50배보다 낮다.

김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의 밸류에이션이 이미 크게 낮아진 만큼 금리 상승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여전히 메모리 가격과 HBM 수요, AI 설비투자 및 이익 추정치의 변화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이번 하락은 기업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단기 급반등에 따른 되돌림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말 저점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가 약 23%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약 21%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도 여전히 견조해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삼성증권의 관측이다.

문제는 수급이다. 개인투자자의 고객예탁금은 고점 대비 약 30% 감소한 반면 신용융자는 저점 이후 다시 증가해 추가 매수 여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 지난달 31일 이후 코스피가 크게 상승한 날에는 외국인 순매수와 개인 순매도가 나타났고 급락한 날에는 반대 흐름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실적과 외국인 수급이 뒷받침되는 대형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코스피 이익 추정치가 계속 높아지고 외국인 자금 역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가 상승 추세를 연장하기 위한 수급 조건은 개인의 추가 레버리지 확대가 아닌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수 전환"이라며 "코스닥 비중을 축소하고 반도체와 대형주 중심의 비중 확대를 준비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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