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방산 시너지" vs "독과점 우려"···한화-KAI, 공정위 심사 앞두고 공방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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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시너지" vs "독과점 우려"···한화-KAI, 공정위 심사 앞두고 공방 격화

등록 2026.08.21 16:26

이건우

  기자

사업 시너지 강화 vs 경쟁 부품업체 위축 우려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서 시장 경쟁과 공급망 집중 분석공공성 유지와 민간 영향력 확대에 대한 노사 이견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를 놓고 사업 시너지와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는 글로벌 방산업체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별 역량을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KAI는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경쟁 부품업체를 배제하고 국내 항공우주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화 측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내고 공급망, 이해상충, 시장 집중, 고용, 국가 주도 R&D 등 8개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가 지난 12일 공정위에 한화의 KAI 지분 확대와 관련해 면밀한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이후 한화 측이 입장을 밝히자 이에 대한 추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논의의 출발점은 한화의 KAI 지분 확대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일 기준 KAI 지분 15.89%를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며 한화는 2대 주주다. 한화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사업 협력과 수출 확대 등을 위해 KAI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가 지분 확대의 배경으로 제시하는 것은 사업 간 시너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과 한화시스템의 레이더·항공전자·위성 역량에 KAI의 전투기·헬기·무인기 체계종합 능력을 연결하면 해외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방산 수출이 완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금융지원 등을 묶은 패키지 형태로 확대되는 만큼 계열사별 기술과 해외 영업망을 연계하면 대형 해외 사업에 보다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업결합의 성격을 놓고도 한화는 KAI와의 관계가 동일한 제품을 놓고 경쟁하는 수평결합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AI가 완제 항공기를 개발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엔진과 항공전자장비 등을 공급하는 수직적인 사업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방위사업은 정부가 발주와 원가 검증에 관여하는 만큼 대주주가 계열사에 임의로 높은 가격을 인정하거나 일감을 몰아주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KAI 노조는 오히려 이 같은 수직관계가 경쟁 제한 문제의 핵심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방산 원가를 검증하는 것과 개발 과정에서 어느 업체의 부품을 채택하고 어떤 기술사양을 적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KAI가 항공기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면서 여러 업체의 장비를 통합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한화의 경영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계열사 제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거나 경쟁 부품업체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F-21 엔진 계약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 측은 KF-21 엔진이 KAI가 아닌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직접 계약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KAI가 계열사에 임의로 물량을 몰아주는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노조는 엔진 계약만으로 전체 공급망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화 계열사가 KAI에 직접 공급하는 항공전자 분야 장비도 있는 만큼 가격뿐 아니라 부품 선정과 기술정보 접근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망 문제에서 시작된 논쟁은 KAI의 공공성과 R&D 방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화는 KAI의 공공성이 수출입은행의 지분 보유 자체보다 정부의 발주와 승인, 원가검증 등 방산사업 관리체계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지분 구조가 달라지더라도 정부의 통제 장치는 유지되고 민간 자본과 그룹의 해외 네트워크가 더해지면 투자와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는 법적 통제와 기업의 경영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민간 대주주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경영진 인사와 예산 배분, 사업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KF-21과 같은 항공기 개발사업은 개발과 양산, 수출까지 장기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인 수익성뿐만 아니라 기술 축적과 후속 사업까지 고려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측은 방산업체의 대형화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엇갈렸다. 한화는 미국과 유럽 주요 방산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운 것처럼 국내 기업도 완제기와 엔진, 레이더, 위성 등 서로 다른 역량을 연결해야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노조는 미국에서도 방산업체 통합에 따른 공급업체 감소와 경쟁 약화가 문제로 지적돼왔다며 대형화가 반드시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2022년 록히드마틴의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에 제동을 건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향후 공정위 심사에서는 한화의 KAI 경영 참여가 항공방산 시장의 경쟁과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업 시너지와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지, 반대로 경쟁 부품업체의 사업 기회를 제한하거나 KAI의 장기 연구개발 방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를 두고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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