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출하 본격화···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 20% 전망SK하이닉스 HBM4 물량 확대·삼성은 SSD·파운드리까지 접점엔비디아 "메모리 부족·가격 상승 내년까지"···범용 D램도 수혜 기대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의 출하를 시작하고 역대 가장 빠른 양산 확대를 예고했다. 다음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20%를 루빈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루빈에 탑재되는 HBM4를 비롯해 서버 D램과 기업용 SSD까지 AI 메모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 기대도 커지고 있다.
27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달 초부터 베라 루빈의 생산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며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제품 양산 확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이다. 루빈 GPU와 베라 CPU, NVLink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제품으로 현행 블랙웰의 뒤를 잇는다. 엔비디아는 초기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공급 물량을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에서 루빈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루빈의 빠른 양산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출하가 늘면 HBM4를 중심으로 서버 D램과 기업용 SSD 등 AI 메모리 수요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HBM4다. 루빈 GPU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가 탑재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구글 등 빅테크가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엔비디아가 이에 맞춰 루빈 공급을 확대할수록 HBM4 주문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 양산과 공급 확대에 들어간 상태다. SK하이닉스와의 연결고리는 특히 직접적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으며 하반기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는 지난 6월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과 공동 개발을 위한 다년간의 기술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7월에는 SK그룹과 엔비디아가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AI 인프라 협력 계획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HBM의 장기 공급·공동 개발 협력도 공식화했다.
주문 가시성도 과거보다 길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 약 10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으며 추가 계약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루빈의 빠른 양산 확대와 공급 능력을 웃도는 AI 수요를 재확인하면서 SK하이닉스의 HBM4 물량 확대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에도 루빈 확대는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4 양산 출하에 들어갔으며 2분기에는 HBM4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 올해 HBM 매출은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HBM4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루빈 세대에서 루빈 GPU용 HBM4와 베라 CPU용 SOCAMM2, 서버용 SSD를 아우르는 '메모리 토털 솔루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엔비디아의 추론용 가속기 'Groq 3' 칩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는 엔비디아 GPU 판매 증가가 주로 HBM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면, 루빈 세대부터는 HBM4와 SOCAMM2, 기업용 SSD에 파운드리까지 삼성전자가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넓어지는 구조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외 공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베라 루빈 플랫폼을 겨냥한 192GB SOCAMM2 양산에 들어갔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판매 증가가 HBM 수요와 주로 연결됐던 과거와 달리 서버 D램과 기업용 SSD까지 수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AI 메모리 수요 확대는 가격 측면에서도 국내 업체들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당초 예상보다 크고 내년까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엔비디아는 "현재의 메모리 부족 현상은 상당 부분 AI 인프라 구축 그 자체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며 "3대 주요 메모리 공급업체 모두와 오랜 기간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공급 역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4 수요 확대는 범용 D램 가격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 등 고부가 AI 메모리에 우선 배정하면 일반 서버 D램의 공급 확대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서버 D램 수요까지 늘고 있어 DDR5 등 범용 D램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비슷한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HBM과 서버 D램, 기업용 SSD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확대에도 메모리 전반의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고객사들의 추가 메모리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루빈의 빠른 램프업을 공식화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생산 계획을 가져가는 데 있어 수요 가시성을 높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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