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태원, 美사업 직접 지휘 1년···SK '현지경영'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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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美사업 직접 지휘 1년···SK '현지경영' 달라졌다

등록 2026.08.26 16:52

고지혜

  기자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사업의 키를 직접 잡은 지 1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아메리카 회장과 SK아메리카스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최 회장의 현장 경영도 한층 선명해졌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쌓아온 네트워크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고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사업 기반을 넓히는 데도 속도를 냈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의 현지 사업과 정책 현안까지 직접 챙기면서 최 회장이 SK그룹의 미국 사업 전반을 이끄는 역할도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SK하이닉스 아메리카 회장과 SK아메리카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내달이면 두 직책을 맡은 지 1년이 된다.

최 회장의 미국 현지 법인 경영은 2024년 9월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경영 정상화를 직접 챙긴 뒤 지난해 7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두 달 뒤 SK하이닉스 아메리카와 SK아메리카스의 직책을 동시에 맡았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그동안 사장·부사장급 경영진이 이끌어왔으며 최 회장이 첫 회장이다. 솔리다임 한 곳을 챙기던 미국 경영의 범위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과 기술 협력, 그룹 전체 북미 사업으로 넓어진 것이다.

미국 법인 직책을 직접 맡은 뒤 최 회장의 CEO네트워크가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수장들과의 만남이 기술 협력과 장기 공급 논의로 구체화되고, 미국 내 투자와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빅테크 직접 파고든 최태원···HBM 공급서 '장기 동맹'으로


미국 법인 두 곳을 책임지는 만큼 올해 들어 최태원 회장의 미국행도 잦아졌다. 이전에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꾸준히 교류해왔지만 최근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차세대 AI 가속기 설계, 데이터센터, 장기 공급 등 구체적인 사업 현안을 직접 논의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와 주요 고객사의 협력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HBM 공급사 성격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객사의 차세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사례가 늘었다.

가장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곳은 엔비디아다. 최 회장은 황 CEO와 꾸준히 만나 HBM과 AI 분야 협력을 논의해왔고 양사는 지난 6월 다년간의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차세대 AI 팩토리에 들어갈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고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와 CPU. AI PC, 로봇 등에 적용할 제품을 개발 단계부터 함께 맞추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차세대 제품 계획에 일찍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제품 사양과 개발 일정을 미리 공유할 수 있고 향후 공급 계획을 짜는 데에도 유리해진다. 주요 고객과의 관계도 제품 공급 중심에서 중장기 기술 협력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특히 최 회장이 황 CEO와 직접 소통하며 협력 범위를 넓혀 온 점이 양사의 관계를 장기 기술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최 회장이 미국 법인 회장직을 직접 맡은 이후 글로벌 CEO 네트워크의 활용 방식이 한층 사업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내 사업 기반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지 빅테크에 HBM을 공급하는 사업과 함께 투자와 생산, 연구개발(R&D), 자금 조달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0일 나스닥에서 ADR 거래를 시작했다. 최 회장도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를 찾아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과 오프닝벨을 울렸다. SK하이닉스는 ADR 공모를 통해 약 265억달러를 확보했다. 미국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현지 증시에서 직접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됐다. 주요 AI 고객이 몰려 있는 미국에서 자금 조달 기반을 갖춘 것이다.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도 미국에 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최대 100억달러를 투입하는 'AI컴퍼니' 설립 계획을 내놨다. 미국 AI 기업과 기술에 투자하고 AI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SK그룹은 이 곳을 글로벌 AI 전략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는 생산과 R&D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약 40억달러를 투입해 HBM 첨단 패키징·R&D 시설을 짓고 있으며 2028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미국 내 첫 HBM 첨단 패키징·R&D 거점이다.

오는 27일에는 현지에서 공식 착공식이 열린다. 최 회장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참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고객사와의 기술 협력부터 투자·생산·R&D, 자금 조달까지 미국 내 사업 기반이 갖춰지면서 SK하이닉스가 현지에서 가져갈 사업의 몫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투자가 집중되는 미국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할 여지가 커지고 HBM을 중심으로 한 현지 사업 비중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아메리카스로 넓어진 역할···계열사 사업·정책까지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직접 챙기는 동시에 SK아메리카스를 통해 그룹 전체의 미국 사업을 한데 묶어 보고 있다. 반도체와 AI 인프라, 에너지 사업은 물론 미국 정부 대응까지 최 회장이 들여다보는 현안의 폭도 그만큼 넓어졌다.

최근 엔비디아와의 협력에서는 이 같은 그룹 차원의 접근이 나타났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를 담당하고 SK텔레콤이 AI 인프라를 맡는 식으로 여러 계열사의 역량을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 묶었다. 최 회장이 직접 주도해 미국 내 고객과 사업 기회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협업을 만드는 데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4일 미국 테라파워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최 회장은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와 꾸준히 교류해왔고 SK도 지분 투자 이후 관련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정책·대관 현안도 최 회장이 직접 챙기는 영역이다. SK아메리카스는 워싱턴DC를 거점으로 미국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을 상대로 그룹의 현지 사업 현안을 다루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를 주도하며 한미일 정·재계와 학계 인사 90여명을 상대로 AI·에너지·금융 분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1년이 미국 내 사업 기반과 파트너십을 넓히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와 AI, 에너지 등 여러 계열사의 현지 사업을 묶어 새로운 프로젝트와 수익 기회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현지 생산 확대 요구도 변수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HBM 패키징 시설 외에 추가 생산거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다른 계열사들도 미국 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개별 계열사의 투자와 사업 기회를 그룹 차원에서 조율하는 판단이 한층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국 법인 두 곳을 직접 맡은 첫 1년 동안 빅테크와의 협력은 보다 구체화됐고 SK하이닉스의 현지 사업 기반도 넓어졌다"며 "앞으로는 이를 계열사 사업과 연결해 그룹 차원의 수익과 성장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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