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 시장 침투하는 해외 가상자산 기업···국내 수탁업계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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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시장 침투하는 해외 가상자산 기업···국내 수탁업계 위기감 고조

등록 2026.09.05 07:03

한종욱

  기자

자본력·글로벌 네트워크 보유 사업자 출현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 확보전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설립한 합작법인 비트고코리아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확보하면서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 OKX, 비트고의 연이은 진입에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20일 비트고코리아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수리했다. 이는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제 도입 이후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이 한국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별도 법인을 세워 사업자 지위를 얻은 첫 사례다.

비트고코리아는 하나금융과 비트고가 지난 2024년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하나금융이 약 25%, SK텔레콤이 약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트고는 가상자산 수탁 사업자로 시작해 ▲거래·유동성 ▲스테이킹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후 2024년 하나금융과 손잡고 조인트벤처(JV)인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했으며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각각 25%, 10%의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사우스다코타주 인가 신탁회사였던 비트고 트러스트 컴퍼니를 연방 신탁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올초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고공성장을 일궈냈다.

국내 시장으로 비트고가 들어오게 되면서 향후 법인·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관과 이전, 지갑 인프라 등 수탁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자산 제도화 진전과 함께 수탁을 넘어 거래 지원, 자산관리, 결제 등 이른바 '디지털자산 뱅크' 영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해외 기업의 행보는 국내 수탁 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비댁스, 인피닛블록, DSRV, 헥토이노베이션과 안랩블록체인컴퍼니 등이 주요 사업자로 꼽히지만 제도화 지연으로 기관 자금의 가상자산 보관 수요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면서 수탁업은 장기간 침체를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인프라를 갖춘 해외 사업자가 국내 금융그룹과 손잡고 정식 라이선스까지 확보한 것은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비트고코리아의 등장으로 경쟁 기준이 단순 보관 기술을 넘어 자본력, 글로벌 유동성 네트워크, 해외 기관 고객 접근성, 규제 대응 역량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 사업 영역에서도 해외 자본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FIU는 지난 7월 코인원의 대주주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의 지분 참여를 승인했다. OKX벤처스의 투자 승인으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사례에 이어 글로벌 거래소 계열 자본이 국내 원화 거래소 지분을 확보한 사례가 늘었다.

다만 해외 사업자의 연이은 진입이 국내 시장 주도권 확보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원화 입출금계좌 제휴,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실명확인 체계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금융당국도 최근 해외 모회사를 둔 사업자에 대해 신용도와 재무건전성, 과거 제재 이력 등을 별도로 점검하는 기준을 강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트고처럼 해외에서 대형 기관 고객과 인프라를 보유한 사업자가 국내 금융사와 결합하면 초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여지가 있다"며 "국내 업체들도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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