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잦아진 사이드카, '비상벨'의 신뢰를 되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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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진 사이드카, '비상벨'의 신뢰를 되살릴 때다

등록 2026.09.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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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77차례 발동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시장안정을 위한 장치가 이틀에 한 번꼴로 울린다면, 투자자에게 경각심을 주기보다 일상적 소음으로 인식될 위험이 크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현물시장의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코스닥에서는 코스닥 150 선물이 6% 이상 변동하고 코스닥 150 현물지수가 3% 이상 같은 방향으로 변동한 상태가 1분 지속될 경우 발동한다.

사이드카가 자주 발동된 직접적 이유는 증시의 변동성 확대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 금리·환율 변화,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특정 업종으로의 투자 쏠림, 파생상품 거래 확대가 현·선물 가격의 단기 급등락을 키웠다. 안전장치는 필요할 때 강하게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자주 작동하면 시장 참가자는 이를 일상적 절차로 받아들이며 경고 기능의 약화를 가져온다. 화재경보기가 사소한 연기에도 반복적으로 울리면 실제 화재 때 대피를 지연시키는 것과 같다.

사이드카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변동률과 지속시간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발동구조이다. 현행 코스피 기준은 선물가격의 ±5% 변동과 1분 지속 여부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해당 변동이 실제 시장붕괴 위험인지, 현물과 선물 간 일시적 가격조정인지, 특정 대형 프로그램 주문에 따른 단기 수급 왜곡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5분간 프로그램 매매 호가만 정지된다는 점도 재검토할 대상이다. 현물 투자자, 알고리즘 거래자, 선물 투자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반응한다. 프로그램 매매만 멈추는 동안에도 다른 주문과 파생상품 거래가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제도가 일시적으로 주문 흐름만 끊고, 재개 직후 변동성을 다시 키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거래시간 확대와 야간 파생상품 거래 등 시장의 시간적 확장도 중요하다. 거래시간이 길어질수록 동일한 변동률 기준은 더 많은 시장 충격과 정보 유입에 노출된다. 과거의 장중 변동성 분포를 전제로 설계된 일률적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시장의 정상적 가격조정까지 비상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 거래시간 확대는 단지 거래의 시작과 종료 시각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변동성 관리장치의 기준·횟수·시간대별 적용방식을 함께 재설계해야 하는 문제이다.

개선의 핵심은 사이드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문턱 상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발동횟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 시장위험을 놓치거나 장 막판 급격한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가격변동률 기준을 시간대별·시장 상황별로 차등화해야 한다. 개장 직후와 마감 직전은 주문이 집중되고 가격발견이 빠르게 이뤄지는 시간대이다. 반면, 장중 안정 구간은 같은 변동률이라도 시장의 의미가 다르다. 장중 동일한 ±5%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시간대별 통상 변동성 및 유동성 수준을 반영한 동적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선물 괴리율을 핵심 판단요소로 포함해야 한다. 사이드카는 본질적으로 파생상품 시장의 충격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제도이다. 따라서 선물만 크게 움직였다는 사실보다 선물과 현물 가격 사이에 비정상적인 괴리가 발생했는지를 더 중시해야 한다. 현물과 선물이 같은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상황과 선물 주도의 주문 충격으로 가격 괴리가 확대되는 상황을 같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가격변동 외에 현·선물 괴리율, 프로그램 순매수·순매도 규모, 주문 집결 속도 등을 종합 반영해야 한다.

셋째, 프로그램 매매의 순(純)주문 규모와 주문집중 속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5%의 선물 변동이라도 거래대금과 유동성이 충분한 상태에서 다수 투자자의 거래로 형성된 변동인지, 소수의 대규모 알고리즘 주문이 호가를 빠르게 소진한 결과(일부 투자자의 자동매매 주문이 짧은 시간에 특정 방향으로 집중되며, 호가창에 쌓여 있던 반대 주문을 연속적으로 체결한 상황)인지는 다르다. 프로그램 순매수·순매도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주문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며, 호가 스프레드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될 때에만 발동하도록 다층 요건을 둘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잦은 사이드카 발동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높았다는 신호이면서 동시에 제도가 시장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경고이다. 잦은 발동은 투자자에게 안정감을 주기보다 '사이드카가 또 울렸다'는 일상적 소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해법은 발동횟수를 줄이는 데만 있지 않다. 가격변동률·현선물 괴리율·프로그램 순주문 규모·호가 스프레드·주문집중 속도를 결합한 다층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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