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계열사로 번진 '성과급 개편'···영업익 연동에 커지는 비용 부담

산업 재계 NW리포트

삼성 계열사로 번진 '성과급 개편'···영업익 연동에 커지는 비용 부담

등록 2026.09.11 14:41

고지혜

  기자

삼성전자서 시작한 '영업익 연동'···전기·SDI 거쳐 그룹 전반 확산디스플레이·SDS·바이오도 보상체계 손질···높아지는 '같은 삼성' 눈높이계열사별 실적·투자 여건은 제각각···비용 부담·미래 투자 사이 고심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그룹에 성과급 재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에서 시작된 변화가 삼성전기와 삼성SDI를 거쳐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S·삼성바이오로직스 등으로 번지면서 성과보상이 그룹 차원의 이슈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는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계열사마다 실적과 투자 여건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보상 눈높이는 함께 높아지면서, 비용 부담과 미래 투자 재원 확보 사이에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날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 산정 방식을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 중심에서 영업이익 기준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새 기준은 내년 초 지급되는 OPI부터 적용된다.

그간 삼성SDI를 포함한 삼성그룹이 고수해 온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투하자본비용 등을 차감해 산출하는 지표다. 기업이 실제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했는지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출 공식이 복잡하고 세부 산정 과정도 회사가 공개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성과급을 줄이기 위해 고의로 계산법을 꼬아놓은 것 아니냐"는 이른바 '깜깜이 성과급' 불만도 끊이지 않았다.

반면 임직원들이 요구하는 영업이익 연동 방식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분기마다 공시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이 곧 성과급 재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회사 실적이 좋아질수록 보상 재원도 함께 늘어나는 만큼 직원 입장에서는 성과급 규모를 이전보다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삼성SDI가 먼저 재편 물꼬를 튼 것은 아니다. 출발점은 삼성전자 DS부문이다. 올해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도달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 EVA 대신 영업이익의 10%를 OPI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 탄생했다. 여기에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까지 신설했으며 특별성과급에는 지급률 상한도 두지 않았다.

삼성전자 DS부문의 파격적인 보상 확대는 곧바로 다른 계열사로 불똥이 튀었다. 삼성은 계열사 간 임금과 성과급 수준을 비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같은 삼성 계열사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보상 격차가 크다는 인식이 쌓여 있던 상황에서 DS의 보상 기준이 크게 높아지자 상대적 박탈감도 함께 커진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삼성전자보다 처우가 낮다는 의미의 '삼성후자'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에 삼성전기가 삼성전자 재편 불과 한 달여 만에 영업이익의 10% 방식으로 뒤를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기는 2023년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OPI 지급률이 연봉의 1%에 그쳤고, 2024~2025년에도 5~6% 수준에 머물렀다. 회사가 상당한 영업이익을 내고도 직원들이 체감하는 보상은 크지 않다는 불만이 이미 누적돼 있던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삼성SDI까지 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아직 삼성그룹 내에서는 보상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인 계열사도 적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고 실적 달성 시 추가 보상하는 제도 도입을 논의 중이고, 삼성SDS는 자사주 기반 보상체계 개편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노조가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며 사측과 맞서고 있다.

성과급 체계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측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번 높아진 보상 기준을 실적 가뭄기에도 쉽게 낮추기 어려운 데다, 제조업 특유의 재무 구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연동제는 호실적일수록 성과급 재원이 급격히 불어난다. 영업이익 1조원 기준 10% 연동 시 1000억원이 성과급으로 고정 지출되지만, EVA 방식에서는 투하자본비용 공제에 따라 300억~8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이 주력하는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업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CAPEX)가 필수적이다. 영업이익이 크게 늘더라도 공장 증설과 장비 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이 동시에 투입되면 실제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현금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존 EVA는 이 같은 투자 부담까지 성과 산정 과정에 반영했다. 반면 영업이익 연동 방식은 당해 실적이 성과급 재원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사측 입장에서는 미래 투자에 쓸 재원과 현재 직원에게 배분할 몫 사이의 조율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다.

여기에 계열사 간 형평성 문제까지 겹친다. 계열사별 수익 구조와 투자 환경은 제각각이지만 보상에 대한 눈높이는 '같은 삼성'이라는 기준으로 빠르게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진행되는 임금협상에서 한 계열사가 보상 기준을 높이면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기준이 바뀐 뒤 다른 계열사에서도 '같은 삼성인데 왜 우리는 다르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교할 수밖에 없지만 회사마다 실적이나 투자 부담이 다르다 보니 어느 수준까지 맞춰야 할지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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