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입지·상품성이 희소가치...하이엔드 단지, '탈브랜드' 전략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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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상품성이 희소가치...하이엔드 단지, '탈브랜드' 전략 나선다

등록 2026.09.14 15:57

서현진

  기자

서울 주요 지역, 건설사 브랜드 대신 독립 브랜드 채택희소가치 강조하는 주거지 트렌드수도권·지방으로 확산되는 트렌드

사진=강민석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최근 압구정과 반포 등 하이엔드 단지들이 건설사 브랜드 대신 그 단지만을 위한 독자 브랜드를 택하고 있다. 입지와 상품성만으로 이미 희소가치를 인정받은 단지일수록 브랜드를 앞세우기보다 단지 자체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만드는 전략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가 단지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조합원들이 단지의 희소성을 살리기 위해 '디에이치(THE H)'라는 건설사 브랜드를 이름에서 빼달라고 요청하면서 나온 움직임이다.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3구역과 5구역을 '압구정 현대'라는 독자 브랜드로 따냈고 삼성물산은 압구정 4구역을 '컬리넌 압구정'이라는 독립 브랜드로 수주했다.

한남동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주거지로 자리 잡은 나인원한남 역시 롯데건설이 시공했지만 건설사 브랜드 없이 지명과 사업지 주소만으로 이름을 지었다. 현대건설이 지은 PH129와 에테르노 청담도 강남권 최상위 주거지 상징으로 통하고 현재 용산구에서 공사가 한창인 '더파크사이드 서울'도 마찬가지다.

실제 건설사 브랜드 없이 독자 이름을 택한 단지들은 국내 최고가 주택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공동주택은 청담동 '에테르노청담(325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한남동 '나인원한남(242억8000만원)'과 청담동 'PH129(232억3000만원)'가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워너청담(224억8000만원)까지 포함하면 상위 4개 단지 모두가 건설사 이름 대신 독자 브랜드를 사용한 곳들이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과 지방까지 번지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1신도시 반송동 95·99번지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사업도 '아크메르 동탄'이라는 프로젝트 전용 브랜드를 붙였다. 기존 아파트와는 결이 다른 하이퍼엔드 상품으로 기획하며 독립 브랜드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단지 외관은 에르메스·샤넬 등과 협업한 디자이너 자나이나 미레이로가 맡았다. 내부에는 쿠치네루베 주방가구, 리스토네 조르다노 원목마루, 한스그로헤 수전, 미라지&인피니티 세라믹 등 유럽 하이엔드 브랜드가 들어선다. 전 가구에 개별 창고를 두고 천장고를 2.5m로 설계했으며 가구당 주차 대수는 지역 최고 수준인 약 1.5대, 너비 2.6m 광폭 주차면도 1000면 넘게 계획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와 서울 논현동 브라이튼 N40을 지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아 최고 49층, 총 1808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가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해당 단지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했으나 '엘시티'라는 프로젝트 고유명으로 통용된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엘시티의 3.3㎡당 평균 시세는 부산 최고 수준인 5340만원으로, 부산 아파트 평균가의 3배에 달한다. 국내 최고 높이의 주거시설이라는 상징성과 오션뷰라는 희소성이 브랜드명보다 '엘시티'라는 이름 자체를 지역의 랜드마크로 각인시킨 결과라는 평가다.

가구 수가 1만 가구에 육박하는 초대형 재건축 단지들은 다른 이유로 독자 브랜드를 택하기도 한다. 여러 시공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경우 아예 별도 이름을 쓰는 방식이다. 분양 당시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렸던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와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이에 해당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는 결국 신뢰를 뒷받침하는 수단"이라며 "입지와 상품성뿐 아니라 브랜드가 지닌 인지도와 신뢰도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해당 사업지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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