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시장 개설 지연에 유동성 부족 우려투자계약증권 유통 방안 연구 과제로 남아도산절연 등 투자자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증권가의 토큰증권 발행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유통과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금융상품과 투자 대상이 늘어도 거래시장이 상품별로 쪼개지면 투자 수요가 흩어질 수 있어서다. 발행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자자의 자산과 권리를 지킬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기존 금융상품과 비정형 자산을 중심으로 토큰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은 정형 증권의 토큰화를 중심으로 상품화를 고려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선박 등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도 시장 진입을 위해 기존 태스크포스(TF)를 정규조직으로 전환하거나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추세다.
이는 금융 당국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발행 주체와 운영 요건을 강화하면서 시장 개설이 초읽기에 들어간 탓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입법예고를 통해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증권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기존 비금전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 등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도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발행 준비와 달리 거래시장 조성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6일 예정했던 신종증권시장 모의시장 개장을 연기했다. 11월 정식 개장 일정도 밀리면서 상품 공급과 유동성 확보 등 실제 시장 운영 여건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장외시장에서는 자산별 인가 체계가 쟁점이다. 현재 장외거래 관련 인가는 비상장주식을 다루는 지분증권, 부동산·음원 조각투자 등에 활용되는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에만 해당된다. 최근에는 채무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단위를 신설하는 개정안도 나왔다.
이에 현재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 조각투자를 모두 취급하려는 사업자는 각각의 증권에 해당하는 인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자산별로 세분화되지만 사업자가 복수 인가를 받을 수 있는지 정해지지 않으면서 업계는 유동성 분산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자산별로 시장이 형성되면 투자자와 매수·매도 주문이 분산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 통로는 늘었는데 개별 시장에서는 정작 팔 상대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상품별 보호 기준을 유지하면서 거래 수요를 모을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계약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금융위는 '토큰증권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공유지분형 투자계약증권의 유통 방안을 연구용역을 통해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이나 음원에 적용되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내년 2월부터 장외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반면, 미술품·한우 등에 투자하는 투자계약증권의 유통 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허용하려면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금전 신탁수익증권과 달리 투자계약증권은 증권을 양도하더라도 기초자산에 대한 권리 이전은 수일이 소요되는 만큼 절차 간소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행사의 부실이나 파산에 대비한 도산절연도 과제로 꼽힌다. 도산절연은 기초자산을 발행사의 재산과 법적으로 분리해 발행사가 파산하거나 회생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보호하는 장치다. 신탁은 발행사가 파산해도 신탁재산을 별도로 보호할 수 있지만, 투자계약증권에는 현재 이와 같은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금전 신탁증권도 현재 자산유동화법으로 우회 발행되는 만큼 이 부분도 해결이 필요하다"며 "유통 시장과 투자자 보호 방안도 서둘러 논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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