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유예 우려 정책 예측 가능성↓금투세 논리와 같은 선상은 적절치 않아유예, 강행 아닌 정교한 설계 필요한 시점

가상자산 과세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유예와 폐지 요구가 잇따른다. 재정경제부도 여러 의견을 모아 숙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재 과정에서도 이 사안을 유독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인상을 받는다. 발언 하나가 과세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는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신중함이 논의의 문을 좁히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출발점은 분명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가상자산만 예외를 둘 이유는 없다. 유예가 반복될수록 제도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진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다 과세 원칙마저 협상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유예에서 더 나아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근거로 가상자산도 과세하지 말자는 주장 역시 경계해야 한다. 국내 증시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금투세 폐지 논리를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자산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투자자 부담만으로 두 사안을 묶으면 과세 목적과 자산의 차이는 뒷전으로 밀린다.
그렇다고 과세의 당위성이 부실한 설계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걷어야 한다는 것과 걷을 준비가 됐다는 것은 다르다. 시행일을 정했다고 납세자의 신고 준비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은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오간다. 탈중앙화금융, 이른바 디파이에서도 소득이 발생한다. 취득가액과 필요경비를 어떻게 확인하고 흩어진 거래 내역을 합산할지 기준이 필요하다. 신고하려는 투자자조차 계산에 막힌다면 제대로 된 과세라 보기 어렵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과세 두달을 앞둔 시점에서 의견을 다시 모으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자자와 거래소, 세무 현장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듣고 답해야 한다. 납세 편의는 과세 원칙의 후퇴가 아니다. 원칙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조건이다.
좋은 취지를 제도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사 최고의 명군으로 꼽히는 세종 때도 그랬다. 당시 세법은 관리가 작황을 살펴 세금을 감면했지만 조사 과정의 자의성과 부정이 문제였다. 이를 고치려던 초기 공법안도 반대에 부딪혔다. 일정한 세액을 거두면 척박한 땅을 경작하거나 흉년을 맞은 농민의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 걷기 편한 세금이 반드시 공평한 세금은 아니었던 셈이다.
세종은 1430년 관료부터 농민까지 약 17만 명의 의견을 들었다. 논의와 시험을 거쳐 1444년 토지의 비옥도와 풍흉을 반영한 세법을 확정했다. 주목할 것은 백성의 사정을 듣고 제도의 빈틈을 메워 나갔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과세도 마찬가지다. 미룰지 강행할지만을 따져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과 보완 일정을 밝히고, 반발 속에서도 고칠 점을 찾아야 한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유예나 성급한 강행이 아닌 정교한 설계다. 세종의 말을 되새길 이유다.
"백성들이 좋지 않다면 이를 행할 수 없다(民若不可, 則未可行之)."
관련기사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