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인 과세 미뤄질까"···정부 '숙고'에 힘 받는 유예론(종합)

증권 블록체인

"코인 과세 미뤄질까"···정부 '숙고'에 힘 받는 유예론(종합)

등록 2026.10.20 16:54

한종욱

  기자

이형일 부총리 이어 권대영 차관도 의견 수렴여당까지 유예 입법 추진···정부, 일정 변경엔 신중반복 유예에 정책 신뢰 부담···"과세 필요성은 별개"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정부가 업계 의견을 청취했지만 시행 시기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소득에 대한 과세 원칙을, 업계는 제도와 인프라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고 준비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추가 유예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는 모습이다.

재정경제부는 20일 오전 9시 30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와 학계·법률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과세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재경부는 1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주재했으나 과세 강행이나 유예에 대한 별다른 결론을 내지 않았다. 우선 간담회서 제기된 의견을 숙고한 뒤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대응에 쏠린 눈···여당도 유예 추진


추후 관심은 정부의 대응 수위에 쏠린다. 앞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국회에서 의견 수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냐'는 질문에 "국회와 전문가, 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권대영 재경부 차관도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과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시행 여건을 함께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과세 시기가 유예되거나 제도가 일부 보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부가 이번 간담회에서 업계 의견을 청취한 뒤 주요 쟁점인 ▲국가 간 정보교환 여건과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문제 등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유예론에 힘을 싣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과세 폐지·유예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시행 시기를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대표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박 의원이 추진하는 방안은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처음 교환된 연도로부터 2년 뒤 과세를 시작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의 첫 정보교환 예정 시점인 2027년을 적용하면 사실상 2029년부터 과세하는 구상이다. 해외 거래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쟁점은 해외 거래정보 확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거래유형별 과세기준과 사업자의 자료 제출 시스템, 투자자의 손익 산정·신고 방식 등도 남은 과제다. 이날 업계는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 구축·검증 기간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킹 등 거래유형별 과세기준을 정비하고 손실 이월공제와 신고 편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유예 부담···"과세 원칙은 유지" 관측


다만 유예 기대감과 별개로 정부가 시행 방침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제도가 마련된 뒤 이미 세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다시 일정을 늦출 경우 준비기간 확보라는 명분과 함께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입법 일정도 변수다.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9일을 앞두고 유예를 추진하려면 정부·여당의 입장 정리와 여야 협의, 법안 심사가 뒤따라야 한다. 이미 과세 유예 법안이 발의된 만큼 여당 지도부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면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아직 이 사안이 여당 지도부의 우선순위에 올라 있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세 필요성 자체도 시행 시기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역시 이번 간담회에서 소득에 대한 과세 원칙은 유지했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집행 여건을 보완해야 한다는 근거이지, 투자소득을 계속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결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유예하더라도 시행 날짜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유예 기간을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고,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현행 과세체계의 적정성까지 재논의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둬야 스탠스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가상자산 비과세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반론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증시 활성화를 목적으로 내세운 금투세 폐지와 달리, 가상자산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더라도 국내 자산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와 투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려던 금투세 폐지 논리를 가상자산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준비가 부족하다면 보완할 시간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그 논의가 과세 자체를 하지 말자는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