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X 2026서 분자 특성별 공정 설계·병렬 작업 통해 기존 13개월 대비 27% 단축 제시단계별 단축 성과 통합해 이달부터 제안···"품질 타협 없는 리스크 기반 속도전"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꼽히는 이중·다중항체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물질별 특성에 맞춘 제조·품질관리(CMC) 전략을 앞세워 신약 개발 기간을 기존 약 13개월에서 9.5개월로 앞당기는 '패스트트랙' 일정을 제시했다. 세포주 개발부터 배양·정제, 제형화, 품질분석에 이르는 전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병렬 작업을 극대화해 공정 간 대기시간을 걷어낸다는 구상이다.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에서 이태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복잡성을 넘어: 이중·다중항체의 신속 개발'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이 같은 공정 혁신 전략과 실제 개선 사례를 공개했다.
이번에 회사가 제시한 '9.5개월 타임라인'은 유전자 전달체인 벡터(Vector) 제작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까지 걸리는 표준 기간(13개월)을 3.5개월(약 27%) 줄인 일정이다. 이는 개별 공정 단계에서 검증된 기간 단축 성과를 하나로 묶어 이달부터 고객사에 정식 제안하기 시작한 목표 일정이다.
이 상무는 발표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9.5개월이 평균치인지를 묻는 질문에 "벡터 제작부터 IND 제출까지 전 과정을 9.5개월 만에 완주한 단일 과제는 아직 없다"며 "각 개발 단계에서 축적한 단축 경험을 종합해 이달부터 고객사에 제안하고 있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분자 구조, 세포주 선별부터 정제·제형까지 '물질별 맞춤 설계'
이중·다중항체는 단일항체와 달리 두 개 이상의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도록 설계돼 치료 효능이 뛰어나지만, 기능이 추가될수록 분자 구조가 복잡해져 공정개발 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서로 다른 단백질 사슬을 정확히 조립해야 하는 데다, 공정 중 단백질이 끊어지는 단편화(절단)나 엉기는 응집 현상으로 발생한 불순물이 목표 항체와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분석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칭·비대칭형 이중항체와 융합 단백질, 이량항체 등 6개 포맷에 걸친 개발 경험을 토대로 후보물질의 구조적 특성에 맞춘 공정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상무는 "후보물질의 고유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개발 전략을 초기부터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세포주 개발 단계에서는 단순 생산량(타이터)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단백질 사슬 조립 비율을 동시에 평가한다. 벡터 설계와 사슬별 발현 비율을 정밀하게 조절해 오조립 불순물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고, 생산성과 품질을 모두 충족하는 고성능 세포주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배양 공정에서는 배지 조성과 첨가제, 배양 온도, 산도(pH) 등 핵심 변수를 최적화해 단백질 절단과 응집을 제어한다. 회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실제 배양 공정 최적화 사례에서 단백질 단편화 수준을 약 34%, 응집 현상을 약 17%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배양 단계에서부터 불순물 발생을 낮추면 후속 정제 공정의 과부하를 덜고 전체 수율과 순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정제 공정 역시 물질과 불순물의 특성 차이에 기반해 설계된다. 목표 항체와 불순물 간 전하(Charge)나 소수성 차이를 정밀 분석해 최적의 분리 기법과 크로마토그래피 수지(Resin)를 고르는 식이다.
이 상무는 "동일한 포맷의 물질이더라도 주요 불순물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적화된 정제 전략도 물질마다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특정 이중항체 개발 과정에서 불순물 제거 공정을 개선해 최종 순도 98% 이상을 달성했으며, 목표 물질과 불순물의 전하 차이가 작아 분리가 까다로웠던 또 다른 사례에서도 결합 특성에 맞춘 수지 선정과 후속 정제를 거쳐 97% 이상의 고순도를 확보했다.
고농도 제형(Formulation) 개발 과정의 난제인 점도 상승과 젤화(Gelation·단백질이 젤처럼 굳는 현상) 해결 사례도 공유됐다. 한 융합 단백질 과제에서는 기존 제형에 쓰이던 이온성 첨가제가 단백질 젤화를 유발하는 주원인임을 규명하고, 첨가제 구성을 전면 재설계해 고농도에서도 젤화가 일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제형 조건을 확립했다.
CDO·QC 초기부터 병렬 가동···분석법 기술이전 최대 3개월 단축
단계별 공정 고도화와 함께 전체 개발 시계를 9.5개월로 앞당기는 또 다른 축은 '병렬 작업(Parallel Processing)'을 통한 공정 간 병목 해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후보군에 대한 특성 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후보 세포 선별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분석 데이터가 도출되는 즉시 최종 후보를 다음 단계로 넘기는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초기 공정개발용 물질의 조기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자체 마스터세포은행(MCB) 제조 역량을 결합해 단계 간 대기시간을 대폭 압축했다.
특히 위탁개발(CDO) 조직과 품질관리(QC) 조직 간 협업 방식을 순차 진행에서 병렬 진행으로 전환한 점이 눈에 띈다. 과거에는 CDO 단계에서 분석법 개발을 모두 마친 뒤에야 QC 부서로 기술을 이전(Tech Transfer)했으나, 현재는 개발 초기부터 두 조직이 분석 성능을 함께 점검하고 시험 계획서와 보고서를 동시에 준비한다. 이를 통해 기술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구조가 복잡한 다중항체 분자의 경우 관련 준비 일정을 최대 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이러한 속도전이 안전성이나 품질 타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정 단축을 위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위험도에 기반한(Risk-based) 관리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개발 기간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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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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