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리매매 보류 공시 23곳···재개도 23곳동전주 5곳 일괄 유예···소송 안 낸 기업도투자자 보호 취지에도 주식 처분 시점 불투명
상장폐지가 결정됐지만 정리매매가 시작되지 못하는 코스닥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한 기업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한국거래소가 관련 절차를 보류한 영향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보유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들은 거래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정리매매 보류 공시 23곳···최근 두 달 9곳
29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8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정리매매 보류' 관련 공시가 나온 기업은 23곳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리매매절차 재개' 공시가 확인된 기업도 23곳이다. 두 명단에 중복되는 기업은 없었다.
정리매매 보류 공시는 1월 2곳을 시작으로 4월과 5월 각각 1곳이 나왔다. 이후 6월 6곳, 7월 3곳, 8월 1곳으로 이어졌으며 9월과 10월에는 각각 5곳과 4곳이 추가됐다.
보류 공시가 나온 기업에는 케이엠제약과 다원시스, 골드앤에스, 삼영이엔씨, 제일엠앤에스 등이 포함됐다. 이달에는 핀텔과 메디콕스, 에스디생명공학에 이어 지난 26일 에스엘에스바이오의 정리매매도 보류됐다.
반면 정리매매절차 재개 공시가 나온 기업은 푸른소나무와 인트로메딕, 파멥신, 세토피아, 코다코, 디에이테크놀로지 등이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를 앞둔 기업의 주주에게 마지막으로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주는 절차다. 그러나 기업이 상장폐지 결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면 거래소가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리매매를 보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 상장폐지 대상 기업들까지 정리매매가 보류됐다. 거래소는 지난 22일 뉴인텍과 형지글로벌, 바른손이앤에이, 티케이지애강, 아이스크림에듀 등 코스닥 상장사 5곳에 대해 주가 미달을 사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다음 날 뉴인텍과 형지글로벌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른손이앤에이도 같은 날 가처분 신청 사실을 공시했다.
거래소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티케이지애강과 아이스크림에듀까지 포함해 5곳의 정리매매를 모두 유예했다. 개별 기업의 법적 대응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상장폐지 사유가 적용된 기업들의 절차를 일괄적으로 멈춘 것이다. 이들 기업의 유예 공시는 앞서 집계한 정리매매 보류 23곳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정리매매 보류는 가처분을 신청한 개별 기업에만 한정된 조치가 아니다"라며 "같은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받는 기업들이 소송 제기 여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맞으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앞으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2일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거래소는 같은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들의 후속 절차를 유예했다.
이미 정리매매가 시작됐다가 중단된 사례도 있다. 에이에프더블류와 세진티에스는 시가총액 미달을 사유로 정리매매가 진행 중이었지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 이후 지난 2일 거래가 중단됐다. 거래소는 두 기업의 상장폐지 관련 절차도 보류했다.
투자자 보호 위한 보류···주식 처분 기회 제한 우려
정리매매가 끝난 뒤 법원이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이미 체결된 거래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거래소가 절차를 보류한 것도 이러한 위험을 고려한 조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거래소가 한 걸음 물러선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일부 억울한 상장폐지를 막고 기업에 회생 기회를 준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히 일부라도 회생하는 기업이 나온다면 투자자들의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거래소가 신중하게 판단해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만 퇴출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투자자가 거래 재개를 기다리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회생 가능성과 관계없이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에게는 정리매매가 보류된 기간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거래 재개 시점을 알 수 없다면 투자금 회수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이상영 법무법인 JR 변호사는 "정리매매는 한 번 진행하면 원상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절차를 보류하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에 관련 기업들의 정리매매를 일괄적으로 보류하는 것은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에게 다소 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선책으로 6개월마다 정리매매 보류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최장 3년의 보류 기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다릴 수 있는 기한이 있어야 투자자도 계속 기다릴지 포기할지 판단할 수 있다"며 "법원 결정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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