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어는 잠수함, 청상어는 함정·항공기서 출격ADD·LIG D&A가 키운 국산 어뢰 기술력 입증백상어에서 범상어까지, 국산 어뢰 기술의 진화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가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 우리 해군에는 오래전부터 바닷속을 누벼온 또 다른 상어들이 있다. 백상어와 청상어, 홍상어다. 실제 상어는 아니지만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국산 수중 유도무기라는 점에서 바다를 지키는 역할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출격하는 백상어부터 함정과 항공기를 넘나드는 청상어, 로켓을 타고 하늘을 날아 적 잠수함을 찾아가는 홍상어까지. 이름은 비슷하지만 발사 위치와 사냥 방식은 제각각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적 잠수함에 대응하며 우리 해군의 대잠작전 능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3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상어 삼형제의 탄생 배경에는 북한의 잠수함 위협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닷속은 시야가 제한되고 전파도 잘 전달되지 않아 잠수함을 탐지하고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은밀하게 접근하는 잠수함에 대응하려면 정교한 탐지 기술과 표적을 끝까지 추적하는 유도 능력을 갖춘 무기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 군은 해외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어뢰 개발에 나섰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국내 방산기업 LIG D&A 등이 개발과 양산에 참여하면서 국산 어뢰의 계보가 형성됐다. 백상어를 시작으로 청상어와 홍상어까지 이어진 기술 축적은 우리 해군의 대잠전 역량을 끌어올리는 토대가 됐다.
맏형은 1998년 개발에 성공한 중어뢰 '백상어'다.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중어뢰로, 2003년부터 해군에 배치됐다. 잠수함에서 발사된 뒤 적 함정이나 잠수함이 내는 소음을 탐지해 표적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특히 발사 후 어뢰가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을 적용했다. 공격을 시작한 잠수함은 어뢰를 계속 유도할 필요 없이 곧바로 회피 기동에 나설 수 있어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백상어가 잠수함에서 출격하는 은밀한 사냥꾼이라면 둘째인 경어뢰 '청상어'는 활동 무대가 훨씬 넓다. 수상함은 물론 해상작전헬기와 해상초계기에서도 운용할 수 있어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다.
작은 몸체에 음향탐지와 유도 기술을 집약한 청상어는 1995년 개발에 착수했다. 2004년 해군 주관 발사시험에서 8차례 모두 표적을 명중시키며 성능을 입증했고, 이듬해 개발을 완료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경어뢰 독자 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이후 필리핀과 인도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며 국산 어뢰의 수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막내 홍상어는 사냥법부터 남다르다. 일반적인 어뢰가 물속에서 표적을 향해 이동한다면 홍상어는 로켓 추진체를 이용해 먼저 하늘을 난다. 적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역 가까이 이동한 뒤 내부에 탑재한 청상어를 바다로 투하하는 방식이다. 바다에 떨어진 청상어는 낙하산을 이용해 입수 충격을 줄인 뒤 물속에서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한다.
홍상어는 수상함의 수직발사체계에서 발사되는 장거리 대잠유도무기다. 어뢰를 직접 물속에서 장거리 이동시키는 대신 로켓으로 운반해 표적 해역까지 신속하게 접근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약 20㎞ 떨어진 해역까지 공격 범위를 넓힐 수 있어 기존 어뢰보다 원거리 대잠 대응 능력을 강화했다.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ADD는 2009년 홍상어 개발을 완료했지만, 실전 배치 이후인 2012년 시험발사에서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서 성능 논란에 휩싸였다. 추가 시험에서도 문제가 드러나 양산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원인 분석과 성능 보완을 거쳐 2014년 품질확인 사격시험에서 연속 명중에 성공하면서 양산 재개의 길을 열었다.
세 상어는 발사 위치와 공격 방식이 다른 만큼 역할도 명확하게 구분된다. 백상어는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발사하는 중어뢰이고, 청상어는 수상함과 항공기에서 운용하는 경어뢰다. 홍상어는 로켓을 이용해 어뢰를 원거리까지 운반하는 대잠유도무기다. 단순히 어뢰 종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수중에서 시작된 공격 능력이 수상과 공중으로 확장되면서 해군의 대잠작전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이다.
국산 상어들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유선유도 중어뢰 '범상어'가 개발됐으며, 청상어의 뒤를 이을 차세대 경어뢰 '경어뢰-II'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기존 어뢰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해상 작전 환경에 대응할 새로운 무기체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백상어와 청상어, 홍상어에 이어 범상어와 차세대 경어뢰까지 국산 어뢰의 계보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한때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한국이 이제는 작전 환경과 운용 목적에 맞는 수중 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이름은 상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수십 년간 축적한 대한민국의 방산 기술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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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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