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3000억원 특별출연···신·기보, 15배 규모 협약보증 공급외상매출채권 만기 60일 이내로···중기 금융비용 연 446억원 절감
금융당국이 수도권에 집중된 자금 흐름을 지방으로 확대하기 위해 은행권과 손잡고 향후 3년간 4조5000억원 규모의 보증부 대출을 공급한다. 은행권이 3000억원을 특별출연하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출연금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다. 중소기업의 납품대금 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외상매출채권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만기를 60일 이내로 제한하고, 외담대 상환청구권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6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5극 3특 지역 핵심 중소·중견기업 보증부 대출 공급방안'과 '외상매출채권 및 외담대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6개 은행과 신보·기보 등 18개 기관이 지역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우선 은행권은 신보와 기보에 향후 3년간 총 3000억원을 특별출연해 보증 재원을 마련한다. 신보와 기보는 이를 바탕으로 출연금의 약 15배인 4조50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지역 핵심 중소·중견기업에 3년간 저금리 보증부 대출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은행권과 보증기관뿐 아니라 5극 3특 지역 지방자치단체도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특별한 점으로 꼽힌다. 수도권인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14개 시·도가 사업 대상이다. 지자체가 지역 경제 기여도와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 기업을 신·기보에 추천하면 보증 심사 과정에서 우선 검토받을 수 있다. 지방비를 활용한 이차 보전사업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자체 공모를 거쳐 지역별 지원 규모를 차등 배분할 예정이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3개 시·도에는 한 곳당 4500억원씩 총 1조3500억원을 배정한다. 우수 등급 5개 시·도에는 각각 3500억원씩 총 1조7500억원, 보통 등급 5개 시·도에는 각각 2800억원씩 총 1조4000억원을 지원한다. 세종시는 소재 기업 수 등을 고려해 충남에 포함해 평가·선정한다. 지자체의 사업 수행 역량과 지역 금융 수요, 정책 부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 지역을 선정한다. 올해 말까지 공모를 진행하고 2027년 1월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지자체별 평가 등급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은 내년 1분기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은행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지역 중소·중견기업 보증부 대출 공급 실적을 지역재투자 평가 가점 항목에 반영한다. 2028년 평가(2027년 실적)부터 3년간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번 사업을 통해 약 9000개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평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의 납품대금 조기 현금화를 지원하기 위한 외상매출채권과 외담대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외상매출채권은 기업이 물품이나 용역을 납품하고 대금을 나중에 받기로 약정한 채권이며 특히 외담대 이용차주(판매기업) 중 97% 이상은 중소기업·소상공인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납품대금을 미리 현금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금융상품이 외담대다. 지난해 기준 외상매출채권 발행액은 527조원, 외담대 취급액은 56조원 규모다.
우선 2027년 2월부터 외상매출채권과 외담대, 상생채권의 만기를 모두 60일 이내로 단축한다. 현행 상생협력법상 납품대금 정산주기는 60일이 원칙이지만 일부 채권과 대출은 60일을 초과하는 만기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 중기중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판매부진 등과 함께 '판매대금 회수지연'을 대표적인 자금애로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기존 60일 이상 만기였던 약 117조원 규모의 외상매출채권이 조기에 현금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이자비용도 연간 약 363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외담대 취급시 여전히 판매기업에 대한 상환청구권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아 구매기업 부도위험이 판매기업에 전가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2027년 1월부터 외담대 상환청구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에 상환청구권이 설정된 대출도 내년 1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거나 갱신할 때 폐지한다. 다만 판매기업이 명시적으로 상환청구권 부여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또한 금융위는 지난해 기준 약 46만3000건, 26조9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보증채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구매기업의 부실이 판매기업으로 전이되는 위험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담대 조기상환 때 선취이자를 돌려주는 대상도 변경한다. 현재 일부 은행은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만기 전에 갚으면 판매기업이 미리 낸 이자를 구매기업에 환급하고 있다. 앞으로는 실제 이자를 부담한 판매기업에 환급하도록 기준을 통일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중소기업에 연간 약 83억원의 이자 환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중소기업의 이자비용 절감액은 외상매출채권 만기 단축에 따른 363억원과 선취이자 환급 대상 변경에 따른 83억원을 합쳐 연간 약 446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 내 지역 기업 보증부 대출 공급과 개선된 외담대 제도 시행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지역의 성장기반 확충과 균형발전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인 만큼, 은행권 특별출연을 통해 향후 3년간 4.5조원 보증부 대출을 마중물로 삼아 시장 논리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지방금융 공백을 적극적으로 매울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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