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 사려면 연소득 11만달러"···美 주택시장 침체에 트럼프 '발등의 불'

경제 글로벌경제

"집 사려면 연소득 11만달러"···美 주택시장 침체에 트럼프 '발등의 불'

등록 2026.11.03 15:16

수정 2026.11.03 15:32

이윤구

  기자

모기지 금리 7% 돌파···주택 구매력 갈수록 악화주택 거래 30년 만에 최저···매수 심리 위축시장 살리려는 백악관···대책은 여전히 미흡

사진=AI(챗GPT) 생성사진=AI(챗GPT) 생성

미국 주택시장이 고금리와 집값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구매자들은 매수를 미루고 건설업계의 시장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거비를 비롯한 생활비 부담이 핵심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몇 주 사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다시 7%를 넘어섰으며, 지난달에는 3년 만에 최고치인 7.4%까지 치솟았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는 7.24%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데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주택 구매 부담은 더욱 커졌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미국의 평균 가구가 중위 가격 수준의 주택을 구입하고 대출 상환액과 재산세, 보험료 등 관련 비용을 감당하려면 연간 11만5600달러(약 1억5500만원)의 소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인 2021년 3분기(6만6200달러)보다 약 75% 증가한 수준이다. 주택 구매 여력이 약화하면서 미국의 기존 주택 거래량도 최근 3년 연속 연간 400만건 안팎에 머물며 30년 만의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구매력 악화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생활비 부담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주택과 식료품, 휘발유 등 필수 생활비 부담은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하와 각종 행정명령을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도록 지시했다. 모기지 금리를 낮춰 주택 구매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모기지 금리는 올해 2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는 다시 상승했다. 모기지 금리가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연동되는 만큼 채권시장 불안도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인공지능(AI) 투자 급증 등도 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주택시장 지표도 부진하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9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연율 환산 122만1000가구로 전월보다 5.2% 감소하며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주택건설협회(NAHB)의 주택건설업자 심리지수도 10월 29로 하락해 2012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건설 비용 상승이 주택 구매 수요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건설업계의 신규 주택 공급 여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확대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도시연구소의 요나 프리마크 수석 연구원은 2020~2024년 다가구주택 건설이 늘어나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전국적인 임대료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주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역 지정과 건축 인허가 권한이 주로 지방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설업체에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공급을 늘린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구매력이 개선됐다"고 설명하며 텍사스주 오스틴을 사례로 들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오스틴의 주택 재고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약 30%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달 연방 기관들이 모기지 보험과 재융자 비용 부담을 완화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관세 정책에 따른 건축 자재 가격 상승과 이민자 추방에 따른 건설 인력 부족이 오히려 주택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50년 만기 모기지와 기존 대출 금리를 새 주택으로 이전하는 모기지 이전 제도 등 백악관이 제안한 일부 대책도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

의회는 올여름 초당적 지지로 주택 공급 확대와 대규모 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 제한 등을 담은 '21세기 주택 공급 확대법'(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으며 당시 해당 법안을 "지루하고 중요하지 않은 법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결국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모기지 금리 안정과 함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구매 여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비 부담까지 지속될 경우, 생활비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