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터리 적자 메운 윤활유···SK온, 엔무브 합병 1년의 성적표

산업 에너지·화학

배터리 적자 메운 윤활유···SK온, 엔무브 합병 1년의 성적표

등록 2026.11.02 16:39

고지혜

  기자

SK온 합병법인, 2개 분기 연속 1조원대 흑자···엔무브가 실적 견인윤활유 사업이 배터리 적자 상쇄···합병 1년 만에 수익성 보완 효과사업 시너지·재무 개선은 과제···윤활기유 호황 지속 여부도 변수

그래픽=뉴스웨이그래픽=뉴스웨이


장기간 적자에 시달려온 SK온이 '알짜' 윤활유 사업을 품고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한 이후 윤활유 사업이 배터리 부문의 손실을 메우면서 2개 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합병 1년 만에 수익성 보완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익 대부분을 윤활유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3분기 합병법인 기준 영업이익 1조36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1조8269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1조원대 흑자를 유지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일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한 이후 첫 2개 분기에는 적자를 냈지만, 올해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 사업구조 재편의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번 흑자는 장기간 이어진 배터리 사업의 적자를 다른 사업의 이익으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지난해까지 배터리 사업에서 4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해왔다. 이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트레이딩과 석유저장 사업에 이어 그룹 내 대표적인 고수익 사업인 윤활유까지 SK온에 통합했다. 배터리 업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이번 분기 흑자를 견인한 것도 SK엔무브로, 회사 내부에서도 합병 당시 의도했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엔무브는 3분기 영업이익 1조906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세운 기존 연간 최대 영업이익인 1조712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합병법인 전체 영업이익의 약 80%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8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SK엔무브가 이를 상쇄하고 트레이딩 사업도 3518억원의 이익을 보태면서 합병법인 전체로는 1조원대 흑자가 가능했다.

SK이노베이션이 합병을 추진한 배경도 이 같은 수익성 보완에 있었다. 당시 회사는 고수익 윤활유 사업을 편입해 배터리 사업의 손실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창출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합병을 통해 SK온의 자본을 1조7000억원 보강하고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약 8000억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배터리 사업의 실적 회복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익원을 다변화해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병법인의 흑자 전환을 실질적인 사업 시너지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SK엔무브가 기존 윤활유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배터리 사업의 적자를 보완하는 효과만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역시 일부 개선됐지만 합병 자체의 기여도는 불분명한 상태다. SK온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41.7%에서 올해 상반기 말 212.2%로 낮아졌으나, 합작법인 재편에 따른 부채 감소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친 만큼 합병에 따른 직접적인 재무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합병 이전인 2024년 말(198.5%)보다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합병법인의 실적을 떠받치는 SK엔무브의 높은 수익성이 지속될지도 불확실하다. SK엔무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711억원에서 1조906억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지만, 이는 글로벌 윤활기유 공급 차질에 따른 마진 확대 영향이 컸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해협 봉쇄 해제와 경쟁사 공급 정상화가 가시화될 경우 윤활기유 스프레드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양사의 기술력을 결합한 신규 사업이 향후 합병 효과를 확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SK온은 자체 배터리 기술과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을 접목한 배터리 패키지 솔루션을 공동개발 중이다. 냉각액을 배터리팩 내부에 직접 순환시켜 열관리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당시 고객망 공유와 제품 교차판매 등을 통해 2030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추가 EBITDA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엔무브가 들어오면서 배터리 사업의 적자 부담을 덜어준 건 분명하지만, 이번 실적에는 윤활유 공급 차질로 마진이 크게 오른 영향도 있다"며 "앞으로 공급이 정상화되면 지금 같은 이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결국 배터리 사업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고 양사가 추진하는 신사업에서도 성과가 나와야 합병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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