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금융 퇴직연금 적립금 8조2364억···생명 비중 84.9%DC·IRP 비보장형 수익률은 선방···DB형은 -6.85%로 부진보험·증권·자산운용 역량 결집 과제···계열사 간 시너지 내야
정부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추진으로 5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 판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화금융그룹이 퇴직연금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전격 낙점하고 범그룹 차원의 사업 확대에 나섰다. 계열사 간 흩어진 자산운용 및 디지털 역량을 하나로 모아 격동하는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재 한화금융의 퇴직연금 사업 구조가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는 데다, 경쟁사 대비 적립금 격차와 유형별 운용 수익률의 편차가 뚜렷해 사업 펀더멘털의 고도화가 최우선 선결 과제로 부상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금융은 최근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 각 사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14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화금융 퇴직연금 2030+ VISION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번 선포식에서 한화금융은 전문 운용 역량 강화, 건전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 확립, 상품·서비스·디지털 경쟁력 제고를 주요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비해 전문적인 자산운용 및 관리 역량을 확보하고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에서도 고객별 노후자산 관리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전략은 퇴직연금 시장의 제도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등을 담은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면 전문적인 자산운용 역량과 수익률 관리 능력이 사업자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존 계약형 제도 역시 개선이 추진되는 만큼 금융사들의 상품 및 서비스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화금융의 퇴직연금 사업 기반은 아직 계열사별로 차이가 크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한화투자증권·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8조23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화생명의 적립금이 6조9915억원으로 전체의 84.9%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DB형이 5조957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DC형은 8272억원, IRP는 2069억원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1조2436억원으로 DC형 5695억원, IRP 6741억원을 확보했다. 반면 한화손해보험의 적립금은 13억원에 그쳤다.
현재 한화금융의 퇴직연금 사업은 한화생명이 DB형을 중심으로 기반을 형성하고 한화투자증권이 DC·IRP 시장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그룹 차원의 사업 확대를 선언했지만 아직 계열사 전반으로 사업 역량이 고르게 확산된 단계는 아닌 모습이다.
시장 내 입지도 추가로 확대해야 한다. 생명보험사 기준 한화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삼성생명(57조5486억원), 교보생명(14조5092억원)에 이어 6조9915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생명(5조4094억원)보다는 많지만 삼성생명과 비교하면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 사업자와의 격차를 좁히려면 신규 적립금 유치뿐 아니라 장기적인 운용 성과를 통해 고객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용 수익률에서도 유형별로 경쟁력이 엇갈렸다.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한화생명은 DB형 3.43%, DC형 3.18%, IRP 3.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은 각각 3.29%, 3.48%, 3.30%, 교보생명은 3.63%, 3.21%, 2.94%였다.
한화생명은 원리금보장형 DB형에서 삼성생명을 앞섰지만 DC형과 IRP에서는 뒤처졌다. 교보생명과 비교해도 DB형은 낮았고 DC형은 비슷한 수준, IRP는 소폭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원리금비보장형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한화생명의 DC형 수익률은 19.23%, IRP형은 17.41%로 삼성생명(각각 17.87%, 17.35%)을 웃돌았다. 미래에셋생명(12.64%, 8.73%)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교보생명은 DC형 23.30%, IRP형 22.81%로 한화생명을 앞섰다.
DB형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은 -6.85%로 삼성생명(-4.72%), 미래에셋생명(-2.67%)보다 낮았다. 교보생명은 10.05%를 기록했다. DC형과 IRP에서는 경쟁력을 보였지만 DB형에서는 부진한 성과를 나타낸 만큼 운용 유형별 성과 편차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한화금융이 내세운 경쟁력 강화 전략의 관건은 계열사 간 사업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과 보험 자산운용 경험에 한화투자증권의 투자 역량, 한화자산운용의 자산관리 전문성을 결합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계열사 간 협업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미래 먹거리를 찾는 가운데 한화금융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을 비롯해 최근에 인수한 캐피탈, 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업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가 가진 역량을 서로 협력해 활용한다면 퇴직연금 사업에서도 여러 가지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고객의 장기적인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각 사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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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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