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브렌트유, 약 2개월 만에 최저 수준밴스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이란 전쟁 때문"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이른바 '블루 쓰나미'를 일으키자 이란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4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7.97달러(8.29%) 하락한 배럴당 88.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물 선물 가격도 8.98달러(8.67%) 내린 배럴당 94.6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약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유가 하락은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운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전쟁 종식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우리가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전쟁 때문"이라며 "대통령도 어젯밤 직접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에서 승리하며 의회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끌어올린 이란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사장은 "선거 결과를 토대로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전쟁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제한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자금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쟁 관련 결정에 동조하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공격할 즉각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전쟁 이후에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지난 10월 국제유가가 10% 넘게 상승했지만, 최근 외교적 해결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의 고위 당국자들이 8개월간 이어지며 세계 에너지 공급을 마비시킨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이번 주 원유 선물 가격은 14% 넘게 하락했다.
다만 시장의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레베카 바빈 CIBC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최근 매도세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상 밖의 선거 결과로 시장의 심리가 급격히 움직이면서 투자자들이 충분한 상황 판단 없이 서둘러 매도에 나서는 이른바 '일단 매도하고 나중에 확인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빈은 "민주당의 압승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의 발언과 주요 동맹국들의 공개적인 지지 부족이 이러한 예상과 다른 흐름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밥 맥널리 래피던 에너지 대표는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에너지 관련 고문을 지낸 인물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여전히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맥널리 사장은 "이란은 타협을 거부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겠다는 목표를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른 트럼프 대통령이 이 역사적인 목표를 포기하고 물러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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