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4억엔 지분투자···디스플레이 판도 바꿔
이러한 ‘삼성-샤프’의 거래는 휴대폰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판도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샤프에 104억엔(약 1200억원)을 출자하고 지분 3.0%를 넘겨받는 투자계약을 맺음으로써 삼성은 샤프의 5대 주주로 올라섰다. ‘적에서 동지’로 거듭나게 된 셈이다.
삼성은 안정적인 디스플레이 공급선을 확보하는 한편 삼성의 주요 경쟁자이자 샤프의 고객인 애플을 압박하는 지위에 놓이게 됐다. 물론 샤프도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을 최대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고 있지만 60인치 이상의 대형 LCD의 상당부분을 샤프로부터 조달해 왔다. 삼성은 샤프로부터 공급받은 디스플레이 패널은 TV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양사간 제휴로 삼성은 약 4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한 10세대 LCD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등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LCD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삼성으로서도 매력적인 곳이다. 더구나 애플 역시 샤프로부터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제휴로 애플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그간 삼성과 애플은 세기의 특허전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급기야 애플이 삼성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이 샤프의 대주주로서 지위가 격상되면서 애플에 대한 영업정보도 획득할 수 있게 됐고 애플에 대한 공급량마저 조절이 가능해 애플에 심리적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삼성은 샤프의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이번 지분 투자는 최근 퀄컴 등으로부터 자본확충을 추진해온 샤프의 핵심 사업인 액정사업의 수익개선에 기여하고 향후 샤프와 확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샤프가 삼성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처럼 애플의 우군이었던 샤프가 사실상 적진에 백기투항하면서 애플로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때문에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애플이 샤프의 최대 고객이지만 삼성과의 제휴로 애플이 샤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LG디스플레이에 공급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애플은 아이패드 패널은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샤프 등로부터 공급받고 있고 아이폰 패널은 LG디스플레이, 샤프, JDI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간 전선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한층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철 기자 tamados@
뉴스웨이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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