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여부에 “프로끼린 ‘척’ 하면 알아”, 여운 남겨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격 사퇴 의사를 표명한 15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지나친 경영 간섭에 사의를 굳혔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경영전략 수립, 인사, 예산, 조직 등에서 모두 (최 회장과) 부딪혔다”며 이런 입장을 직접 말했다.
그는 “농협법에는 중앙회가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어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도·감독’의 범위를 놓고 충돌이 일어났다”고도 했다.
“저쪽(최 회장)에선 법에 따라 지주사는 물론 농협은행과 농협 생·손보까지 지도·감독한다는 것이지만, 나로선 경영간섭에 준하는 상황”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도 이날 신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직전 소집한 임원 회의에서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있고, (나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했다.
신 회장은 최 회장과 관련해서는 “투표로 선출돼 거의 정치인이고, 나는 정치인이 대주주로 있는 자회사의 대표였다”며 “그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농림부 시각에서 금융을 다루려 하니 갈등이 발생했다”고 서운함을 표했다.
다만 “‘퍼스낼리티(개인 성격)’ 문제라기보단 법과 제도의 미비 탓”이라며 “한쪽(농협금융)은 금융위원회, 다른 한쪽(중앙회)은 농림부니까 법 개정도 쉬운 게 아니라 그 틈바구니에서 경영하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MB 사람’으로 분류되는 최 회장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리보전’을 위해 사퇴를 압박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이심전심’이라고 보면 되지 않겠나. 프로들끼리는 ‘척’ 하면 알아들어야 한다”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그는 농협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밖에서 온 사람은 동화하기 어려운 문화”라며 “농협은 조합이라 그런지 약간 사회주의적인 문화가 있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걸 잘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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