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실명제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선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용재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금융거래 관행과 제도를 위한 금융실명제 개선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은행을 통해 최초의 금융계좌를 개설할 때 엄격한 대면 확인절차를 거쳤다면 이후 금융거래 때는 완화된 절차로 계좌 개설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금융 선진국은 대면으로 실명을 확인한 은행계좌를 증명수단이나 근거계좌로 삼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온라인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금융위원회가 금융실명제의 이념적 토대로 삼는 ‘단일 기준’(one size fits all)의 접근방식보다 미국과 EU처럼 금융기관별로 다른 역할과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현행 금융실명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해외 금융사에 대한 차별을 가져온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국내로 진출한 해외 금융사가 국내 시장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에게 해당 거래정보를 알릴 때 해외 본국을 통해 제공할 필요가 있음에도 금융실명법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해외 금융사를 차별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제자 최성근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차명금융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차명금융거래란 남의 이름을 빌리거나 도용해 금융거래를 하는 것으로 실권리자와 명의자가 다르다. 최근 검찰의 CJ그룹 수사로 차명계좌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최 교수는 “차명거래는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자금세탁, 재산은닉 등 불법행위와 범죄의 수단으로 쓰인다”며 “이를 차단하려면 차명금융거래 자체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차명거래를 위한 명의 차용과 대여 행위를 금지하지 않다. 다만 계좌 개설자가 그 명의인과 동일인인지 금융기관이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차명거래 근절을 위해 거래효력 무효화, 불법원인급여로 간주 후 실권리자 반환청구권 제한, 차명거래 연루자 형사처벌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이 주최하고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주관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현승 SK증권 사장 등을 비롯한 300명의 금융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 의원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갑을관계에 따른 불공정거래 문제 등이 논란이 되는 이때에 금융실명제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며 토론회 주최 배경을 밝혔다.
박지은 기자 pje88@
뉴스웨이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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