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D램 수요 폭증에 상반기 사상최대 영업익···삼성반도체마저 따돌려
위태로운 미래
총수 공백·투자계획 부재, 업황 지속 여부도 불투명···일본업계 역습도 부담감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이후에 실적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SK그룹이 인수 직후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 빛을 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장기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면서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1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매출액 3조9330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으로 2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률을 뛰어넘으며 향후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게 됐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사업 구조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두 회사가 반도체 업계 최대의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하이닉스에게는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는 우선 메모리 시장 호황 덕이 크다. 스마트폰 수요 급증으로 모바일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올해 들어 모바일 D램은 물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정도로 수요가 넘쳐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한 직후 3조8500억원을 투자해 20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본격화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또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R&D) 투자에도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 하이닉스가 20나노급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8기가비트(Gb) 모바일 D램을 개발한 것도 공격적 투자의 결실이다. 성장세가 가시화되면서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새로운 대표 계열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미래를 밝게만 전망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오고갔다는 점에서 앞으로 지금과 같은 호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다.
또 일본 반도체 업계가 오랜 침체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일본 도시바와 엘피다 등의 반도체 업체들이 2년 만에 투자를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낸드플래시 부문 세계 2위인 일본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증설을 위해 올해 300억엔(약 3354억원)을 투자하고 향후 수년간 지속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 3위 D램 업체인 엘피다는 대만 파워칩과 합작 설립한 렉스칩은 모바일 D램의 생산량을 올 연말까지 4배로 끌어올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된 상태로 경영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지난 25일 실적설명 컨퍼런스 콜에서 “상반기 1조5000억원을 투자했지만 하반기에는 불투명한 시장 상황으로 탄력적인 투자 집행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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