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부진 이유 5년만의 무급휴직에 불만 팽배“임금 지출 줄여 현금유보율 높이려는 술수아니냐”사측 “재충전 필요한 직원에 휴식 계기 될 것” 해명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을 비롯해 정비와 사무직 등 모든 업무 분야의 정규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무급 휴직 기간은 최소 15일에서 최장 4개월까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1988년 창사 이후 전 직원에게 무급 휴직을 권고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1년 9·11 테러,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파동, 2008년 유가 폭등 사태 이후 이번이 5번째다.
이전의 무급 휴직은 모두 외부에서 발생한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8년 무급 휴직 때도 경영 효율성 강화가 주목적이었지만 중동발 유가 폭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단순히 회사의 경영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이 무급 휴직 시행 사유다.
무급 휴직 권고에 현장 근로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회사 측이 현금을 쌓아두기 위해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현재 회사의 자금유보율이 마이너스 상태로 전환됐기 때문에 직원들의 월급을 줄여 그 돈을 금고에 쌓고 이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킨 금호산업 지원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유보율은 올해 6월 현재 -10.08%다. 사실상 구멍 난 금고나 다름없다. 여기에 지난 7월 발생한 보잉 777 여객기 착륙사고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현금 조달이 시급하다.
회사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수뇌부가 일단 무급 휴직을 단행해 당장의 현금 출혈을 막고 근로자들과의 임금 인상을 막아 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양대 노조 중의 한 축인 일반노조와 임금 동결에 사실상 합의한 상황이다.
한 현장 근로자는 “회사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운항 안전에 영향이 가지 않는 다른 쪽으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서도 무작정 직원들의 급여 출혈을 막겠다는 회사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역시 “회사의 입장에서 형평성을 찾기가 어렵다”며 “그룹의 지주회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인지 직원들의 사기를 살리는 것이 우선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항공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전사적인 고통 분담의 의미로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무급 휴직이 재충전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휴식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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