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2호법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회장에 대한 상고심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한화그룹의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 행위가 이른바 경영상 판단 원칙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일부 배임행위의 유·무죄 판단에 대해 원심 판결에 법리적 오해 또는 심리 미진 등의 위법성 소지가 있다”며 김 회장에 대한 유죄 부분과 일부 무죄 부분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한화 계열사의 부실 계열사 금융 채무 지급보증과 관련해 “이미 지급보증된 채무를 갚기 위한 돈을 빌리기 위해 계열사가 다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면 후행 지급보증은 선행 지급보증과 별도로 배임행위가 되지 않는다”며 원심에 대한 위법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한화 계열사 보유 부동산을 다른 위장 부실계열사에 저가로 매도한 것에 대해서는 “배임죄 성립 여부와 배임액 산정기초가 되는 부동산 감정평가가 관계 법령에서 요구하는 요인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저가매도로 인한 배임 여부가 문제가 되는 이상 부동산과 관련한 채무이전행위나 이를 자산으로 가진 회사의 인수·합병 등도 별도의 배임이나 횡령행위에 해당하는지 새로 심리해야 한다”며 일부 행위를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재심리하도록 했다.
김승연 회장은 2004년부터 2년간 위장 계열사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3200억여원대의 회삿돈을 부당 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회사에 1041억여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김 회장은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지난 1월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으로 건강 상태가 악화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풀려났고 4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벌금 51억원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형 확정이 미뤄지면서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당초 예정대로 오는 11월 7일까지 연장됐다. 김 회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태양광 사업에 몰입 중인 김 실장은 현재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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