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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선규 “유명 비뇨기과 의사가 트로트 음반? 즐거우면 그뿐”

[인터뷰] 가수 이선규 “유명 비뇨기과 의사가 트로트 음반? 즐거우면 그뿐”

등록 2013.10.01 11:3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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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서울 강남의 유명 여성 전문 비뇨기과 의사 이선규(49), 아닌 트로트 가수 이선규. 대체 뭐라고 물러야 하나. 그의 병원 한 쪽에는 얼마 전 그가 발표한 첫 번째 트로트 싱글 앨범 ‘죽자 살자’가 잘 보이는 곳에 놓여져 있다.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들은 진료 대기에 앞서 싱글 앨범을 유심히 살펴봤다. 한 여성 진료 대기자는 “의사 선생님이 가수이신가?”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원장의 사진과 앨범 속 사진을 번갈아 본다.

마침 병원에 찾아 간 날 예정된 시간에 앞서 이 원장은 스케줄이 잡힌 수술을 집도 중이었다. 잠시 후 수술복 차림으로 나온 그는 영락없는 서전(외과의사)의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참 어울리지 않았다. 수술복 차림의 비뇨기과 원장, 그리고 트로트 가수.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기분 좋은 옆집 아저씨 웃음으로 “그렇게 매치가 안되는 게 재미있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이 원장은 “일단 나이들면 트로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데 그건 아니다”면서 “대학 시절 의대생들이 주축이된 그룹 활동을 하면서도 개인 레퍼토리로 트로트를 즐겨 불렀다. 물론 좋아하는 노래도 트로트가 다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궁금하고 매치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이 원장의 의대 진학부터 물었다. 솔직히 그 자신도 의대 진학은 별 생각이 없었단다. 이 원장은 “내가 워낙 시골 촌 동네에서 학교를 다녀서 딱히 고교 시절에 대한 추억은 없다”고 웃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 시골에 살면서 서울 학생들처럼 놀러다니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고. 결국 ‘공부’가 ‘취미’이자 놀이였던 셈이란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이 원장은 “참 재수 없다고 주변에서 할 말인데 그게 사실인데 어떡하냐”면서 “학력고사 성적표를 받아보니 꽤 잘나왔더라. 그냥 생각 없이 점수가 높으니 의대에 지원을 했고 그래서 의대생이 됐다”고 너털웃음이다. 질투심 반 부러움 반섞인 목소리로 ‘완전 엄친아다’고 말하자 “그냥 재수 없다고 말해라”며 농담으로 받아들인 뒤 다시 웃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이미 드라마에서도 소개됐지만 의대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공부의 연속이었단다. 정말 바쁘게 살았다. 그리고 졸업과 함께 1998년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개업을 했다. 여유가 생겼고, 자신을 돌아봤다. 노래에 대한 욕심이 꿈틀거렸다.

이 원장은 “주변에선 ‘여유(돈)가 있으니 하는 거겠지’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면서 “솔직히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그 여유를 찾을 때까지 정말 힘이 들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1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크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그 시기 병원까지 적자에 적자를 거듭해 나갔단다.

이 원장은 “지금 생각하면 참 비싼 인생 공부한 셈이다”고 웃었다. 이제는 웃을 여유도 생겼단다.

여유를 찾자 다시금 접어뒀던 가수의 꿈을 가슴 깊은 곳에서 끄집어냈다. 1집 앨범 준비 당시 쌓은 인맥을 활용했다. 프로듀서와 만나 한 곡만 제대로 녹음해 보자고 입을 맞췄다. 잘되면 좋겠지만 못돼도 상관없었다. 병원 찾은 환자들에게 힘을 북돋아 줄 서비스라고 생각했단다.

이 원장은 “싱글 ‘죽자 살자’가 나오기까지 정말 노래 연습을 죽을 만큼 한 것 같다”면서 “아마 죽을 때까지 그렇게 연습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다”고 전했다. 1집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곡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작지만 팬클럽도 생겼단다. 간간히 행사와 방송도 출연 중이다. 그렇지만 그런 게 그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원장은 “‘슈스케’에서 출연 제의도 왔었다. 한 번 나와 보면 어떻겠냐고. 당연히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면서 “난 연예인이 목표가 아니다. 내 노래에 단 한 사람이라도 즐거워하면 그 뿐이다. 최근 대학 시절 은사님이 작은 음악회를 제안하더라. 정말 행복했다. 의사 이선규? 가수 이선규? 뭐 아무려면 어떠냐”며 웃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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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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