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은 지난 11월 29일 석 사장을 김영민 전 사장의 후임자로 내정했다. 석 사장은 지난 1일부터 사장 임기를 시작했고 2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기획통이자 영업통으로 유명한 석 사장은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과 더불어 조양호 회장이 아끼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대한항공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고 불과 54세였던 2008년 핵심 계열사인 ㈜한진의 대표 자리까지 올라 당시 물류업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최근에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를 맡으면서 그룹 자회사 관리의 실무적 전권을 쥘 정도로 한진그룹 내 전문경영인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석 사장의 한진해운 사장 선임을 두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해운 ‘섭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결단으로 조양호 회장에게 석 사장의 선임을 직접 부탁했다고 하지만 여러 과정을 볼 때 한진해운 경영 현안에 대한 조 회장의 영향력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는 해석이다.
한진해운은 이미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한진그룹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말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연말께 1000억원의 추가 지원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내 전문경영인 중 최고의 실세로 꼽히는 석태수 사장이 새로운 선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에 조양호 회장의 입김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최은영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로 몰리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최은영 회장이 독립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도움에 의존하는 형태로 회사가 운영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여걸’로 불리는 최 회장이 쉽게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 측에서도 “석태수 사장 선임은 회사 정상화 과정의 일이고 이미 독립 경영 기조가 확실한 만큼 경영 환경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최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한 경영권을 조양호 회장에게 넘길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실시한 지원 자금 상환 가능 여부 실사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고 하지만 이는 영구채 발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해운 업황이 다시 오르막을 탔을 경우에 전제된 결과다.
만약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린 긴급 지원 자금을 갚지 못한다면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2대 주주가 돼 경영 현안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내년 예정된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최 회장은 벼랑으로 몰리는 셈이 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진해운이 최 회장과 조 회장의 동반 경영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예정된 은행권의 영구채 발행이나 해운업 업황의 부활 여부가 향후 경영권 구도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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