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소송으로 파산의 늪에 빠질 수 있다시행사 등은 법정 공방에서 불리할 것 없다“소송은 최선의 선택아닌 최후의 선택이다”
아파트 계약 뒤 부실시공이 드러나거나 계약 당시 시공사·시행사가 알리지 않은 위해시설 등으로 인해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집값 하락의 영향으로 입주 예정자들이 사소한 불만에도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송이 ‘만능키’가 아니므로 신중할 필요하다가 있다고 조언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주 전 분쟁이 일어나 입주예정자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거부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채무부존재 소송은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으로 가리자는 의미다.
문제는 채무부존재 소송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이다. 변호사 중에는 입주예정자들에게 채무부존재 소송이 모든 문제의 해답인 것처럼 말하는 이도 있으나 사실상 승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자 연체에 따른 금융권의 압박과 신용불량의 위험에서 잠시 해방될 수 있지만 1·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결국 패소가 확정되면 몇 년 동안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가뜩이나 대출을 많이 끼고 분양을 받는 사례가 많은 요즘 20%가 넘는 연체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 입주예정자들은 파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소송 끝에 승소하더라도 원래 요구했던 만큼의 결과에 한참 못 미치는 형편없는 결과를 받게 될 수 있는 점도 큰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로 14년이 지나도록 진행 중인 광주 한 시영아파트 주민들이 분양권자인 광주시를 상대로 낸 ‘아파트 하자’ 관련 소송을 꼽을 수 있다.
광주고법 민사1부(부장 이창한)는 지난달 16일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 책임을 일부 인정해 시에 아파트 관리단에 4억 6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인 주민 600여명은 지루한 법정 싸움 끝에 얻은 승소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배상 인정액이 청구액(77억여원)이나 1심(20억 2000여만원) 인정액에 턱없이 못 미치는 탓이다.
주민들에게는 ‘상처뿐인 승리’만이 돌아온 셈이다. 14여 년간 소송에 지치고 이사하는 사람이 늘면서 재판에 참여한 주민은 664명에서 226명으로 줄었다. 주민들은 배상 인정액이 적어 다시 상고를 검토할 방침이다.
합리적으로 따져 보면 시행사와 시공사는 사실상 법정 공방에서 불리할 것이 없다. 대기업은 소송을 전담하는 법무팀이 있어 계약을 맺은 법무법인이 소송을 맡거나 규모가 클 때에는 대형 법무법인에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소송에 나선다.
대형 건설사들에 맞서 단순히 수임료를 챙길 목적으로 입주자에게 접근하는 변호사에게 덜컥 소송을 맡겼다가는 패소할 소지가 매우 크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은 “소송을 제기하자는 이들의 논리가 타당한지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 긴밀하게 따져 보고 알아봐야 한다”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또 두드려 봐야 소송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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