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의미 없는 질의·정쟁 얼룩져···“시스템·의원 자질 개선돼야”
2월 임시국회에서 올해 첫 대정부질문이 시작됐지만 첫날부터 본래 취지와는 어긋난 질문과 발언이 주를 이루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가 힘겨루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여야 의원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대정부질문은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문제점 등에 대해 따져 묻는 과정을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날 대정부질문은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여야의 정쟁으로만 채워졌다. 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여야의 상호 견제, 주요 현안을 둘러싼 뚜렷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
가장 큰 논쟁의 대상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였다. 황주홍 민주당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표적인 정치 공약을 파묻으려고 하는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최악의 정치라던 대통령께서는 왜 침묵하고 있나”고 지적하자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잘못된 공약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논란에 대해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이 “누구도 대통령에게 말을 못 꺼내는 먹통정권”이라고 공세를 펴자 이번에는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나서 “떼 쓰는 아이에게 유해한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엄마가 불통인가”라고 맞받았다.
국무위원들을 향한 의원들의 우문(愚問)도 난무했다. 이장우 의원은 안철수 신당의 ‘새정치’에 대한 질문으로 정홍원 총리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심재철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소관 사항이 아닌 기초공천제 폐지 위헌 소지 여부를 묻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오는 6·4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대립이 첨예한 사항마다 양측 모두 ‘밀리면 끝장’이라는 기조가 묻어난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당시에도 일부 의원들의 도를 넘는 막말과 고성, 취지와 어긋난 질문 등이 쏟아지면서 행정부 견제와 감시보다는 정쟁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질문자로 나선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좀처럼 자리를 지키지 않는 데다 심지어 질문을 맡은 의원 중에도 자기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질문의 깊이와 폭이 없고 쟁점 관련 사항만 거론되다 보니 현안을 제쳐두고 달려온 장관들이 귀중한 시간만 죽이고 돌아가는 사례도 반복됐다.
이렇다 보니 매번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에는 어김없이 무용론이 등장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전질의서와 사전 서면답변 활성화, 교섭단체별 중복 질문 거르기, 주제별 시간 배분 등 시스템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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