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방송가에서는 ‘방송 포맷’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방송 포맷(Format)이란 좁게는 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주요 구성 요소 또는 형식(structure)를 의미할 수 있고, 넓게는 한 프로그램의 기획 개발 과정부터 제작, 마케팅, 송출까지 진행됐던 모든 사항을 반영한 콘텐츠 구성의 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방송 포맷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난의 영향으로 광고 시장이 감소하는 데 비해 포맷 시장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분석된다.
포맷 시장이 몇 년 째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에 대해 전세계 방송 콘텐츠 종사자들 대부분은 ‘Fear(두려움) 때문’이라는 동일한 답변을 한다. 성공한 콘텐츠의 포맷은 성공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기에 제작사에게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대안이 되고, 광고주에게는 안심하고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바로 이런 점이 오늘날 중국 방송 및 광고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해외의 포맷을 수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대한민국의 방송 포맷도 중국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신한류를 잇는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CJ E&M은 1월 말, 북미 최대의 방송영상 마켓인 ‘2014 NATPE’에서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인 ‘더 지니어스’와 주부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디바’, 그리고 ‘노란복수초’, ‘미친 사랑’ 등 드라마의 콘텐츠 포맷 판매 계약을 맺었다. 2012년 8월 tvN의 ‘슈퍼디바’가 대한민국 포맷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패키지 수출된 이후 tvN은 국내 단일 방송사 중에서 가장 많은 포맷 수출(12건)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CJ E&M의 포맷들은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주 지역과 유럽으로까지 확산되는 계기를 맞이했다. 특히 금번 수출은 포맷 패키지 판매 형식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단순 아이디어 수출과 컨설팅 파견 등의 형태로 한 나라에 국한됐던 기존 포맷 판매의 한계에서 벗어나 방송 한류의 브랜드화가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포맷 라이선스 계약이 중요한 것은 바로 콘텐츠의 형식을 넘어서 콘텐츠의 ‘원천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적 재산권)’ 자체가 오리지널 제작사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진행되는 해외 버전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한 지속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화수분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같은 라이선스 계약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포맷을 상품화시킬 수 있는 전문 기술인 ‘포맷 패키징’이 필요하다. CJ E&M은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완성도 높은 포맷 패키지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 포맷 판매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포맷 배급사 프리멘탈은 ‘갓 탤런트’, ‘팝 아이돌’ 등의 포맷을 개발해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영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였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그 기획자가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바 있다. 이스라엘에서 제작한 ‘프리즈너스 오브 워’라는 드라마 포맷은 미국에서 ‘홈랜드’라는 드라마로 대성공을 거두고, 이후 제작사인 KESHET과 함께 이스라엘 제작사들은 세계적인 포맷 기업들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불과 10년 안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국내를 넘어서 이제는 세계로 나아가야만 하는 국내 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세계 포맷 시장은 블루오션의 진입이 아닌 전장(戰場)의 중심부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한민국 방송 사업자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콘텐츠 자체 기획 개발 및 제작 역량’이라는 무기를 갖추고 있다. 필자가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했던 글로벌 콘텐츠 시장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수준은 최소한 아시아 1위였다. 그리고 이런 점이 바로 대한민국 포맷에 대해 필자가 지닌 희망이 밝고 그 앞날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그 동안 한류 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아이돌 그룹과 몇몇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가장 많은 해외 포맷 수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포맷 수출 및 해외 버전의 성공 사례 확대는 곧 해외 방송사업자들의 대한민국 콘텐츠에 대한 상품 신뢰를 높임으로써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우수한 문화가 세계 문화 융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잘 키운 포맷 하나가 열 한류 스타 부럽지 않은 시대가 바로 눈 앞에 열리고 있다.
CJ E&M 글로벌 콘텐츠 개발팀 황진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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