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김재중은 삼류 양아치 허영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능청스러운 말투와 양아치스러운 불량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해 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동생 임시완의 죽음에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절절하게 만들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배우 김재중을 만났다.
“5개월 동안 ‘트라이앵글’에 모든 오감(五感)을 집중 시켰다. 아직도 촬영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인터뷰 하니까 끝나는 것 같다”
마지막 방송은 본방 사수에 실패했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곧장 뻗어 잔 덕분(?). 인터뷰가 있던 다음날 핸드폰으로 다운받아 봤다고. 마지막회를 보면서 그간 힘들거나 즐거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마지막회 보면서 아쉬운 것만 생각났다.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벌써 끝이구나 싶다”
김재중은 ‘트라이앵글’을 통해 첫 주연 자리를 꿰찼다. 전작이었던 ‘보스를 지켜라’, ‘닥터 진’ 등에서 훈훈한 외모에 자상한 실장님 캐릭터와 꽃무사 역할로 여심을 녹였다면 ‘트라이앵글’에서는 강원도 사북 출신의 양아치부터 카지노 대표이사까지 선 굵은 역할을 맡아 극의 중추 역할을 했다.
“‘트라이앵글’을 첫 촬영 후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 새로운 환경에서 일한다는 점 등등 이전 드라마들과 환경, 상황이 많이 달랐지만 주연 배우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더 많은걸 느끼게 된 작품이었다. 이전에는 연기만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면 긴 호흡을 가지고 가는 드라마의 주연배우는 연기를 잘 해내는 것과 함께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역할이 필요했다”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지 겨우 세 작품째. 배우 초년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김재중의 입에서 이런 답이 나오다니. 원조 아이돌의 내공인지 그간 김재중에게 발견하지 못했던 고민의 깊이인지 짐작하긴 어렵지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본격 배우의 길을 가려는 ‘과연 김재중의 재발견’이다 싶다.
“‘트라이앵글’을 하면서 주연 배우가 망가지면 무너질 것들이 너무 많구나 싶었다. 상대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즐거운 마음에 일을 해야 좋은데 주연배우의 컨디션으로 인해 촬영장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최악의 상황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점에서 주연배우라는 자리는 연기 외에 신경 써야 하는것들이 많았다”
좀더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해졌다.
“국내 드라마 촬영 여건상 최적의 환경에서 촬영 하는 것 아니다. 시간적인 압박이 커 늘 쫓기듯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다. 육체적으로 힘드니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것 역시 막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준비 시간조차 현저히 부족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드라마를 이끄는 선장은 감독님이지만 촬영장에서 주연배우 역시 선장 못지 않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구나를 배웠다. 나 한 명이 웃으며 힘내면 자연스레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이 힘을 내 주는 것 같았다. 책임감이 강해졌다”
‘닥터 진’ 촬영때 사극에 대한 고충을 털어 놓은 바 있는 그. 당시 첫 사극 도전이라는 무게감과 사극 연기에 대한 벽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면 이번에는 ‘책임감’이 또 다른 고충이었다는 것.
“이전 작품들을 하면서 느꼈던, 단지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것들은 모두 응석이었구나 싶었다.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이 컸다. 아직까지 연기적으로 고민하고 성장해야 하지만 ‘트라이앵글’을 끝내고 보니 연기 고민 외에 지고가야 할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김재중은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되려고 노력했다. 100시간 연속 촬영하는 날이 다반사. 그 안에 3시간 정도 토막잠을 자면서 촬영하다 보면 저절로 득도의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100시간 촬영 뒤 만나는 상대 배우에게만큼은 처음 만나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다.
“선배들에게 ‘힘드시죠’ 물으면 넌 얼마나 더 힘들겠냐 해주시곤 했다. 버텨서 노력한 만큼 다 알아주는 선배님들 동료, 후배 배우들 덕에 견딜 수 잇는 시간이었고 즐거웠다”
허영달이라는 캐릭터는 캐스팅 당시부터 마음에 쏙 드는 역할이었다. 그간 실장님이나 무사 등 틀과 격식에 갇힌 역할을 해왔다면 이번에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고.
“허영달은 사북 출신 양아치다. 자유롭게 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런데 방송 여건상 욕을 빼고 대사로 설명하려니 뭔가 어색해서 리허설 할 때 욕도 섞어 가면서 해봤다. 극 초반에는 리허설 때 느낌을 살리다 보니 욕을 내뱉는 입 모양이 나오기도 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는데, 결국 양아치에서 대표이사로 끝났다. 역할의 갭이 너무 컸다. 극과 극의 캐릭터 변화? 역할의 갭이 컸던 만큼 만족스럽다는 느낌보다는 좋은 작품으로 기억 될 것 같다”
“가수로 따지면 너무 좋은 곡이 있는데 내 파트 부분에서 내가 못 부르면 그 노래는 듣기 싫다. 반면 싫은 노래일지라도 내가 잘 부르는 파트가 있으면 그 노래는 처음부터 듣게 된다. 이 작품 역시 내가 잘 하는 부분 있어서 제일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물론 함께 고생한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 때문에 기억에 남을 것이다”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한다고 했던가. 그에게 첫 단추를 잘 채울 수 있도록 조언을 한 최민식 선배 얘기를 통해 김재중이 ‘트라이앵글’에서 빛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감지했다.
“‘트라이앵글’ 시작 전 최민식 선배님을 만나 연기 수업을 받았다. 리딩을 해보자 만났는데 리딩도 연기 수업도 안하고 술 한잔 하며 얘기만 나눴다. 양아치 역할을 맡았다고 말하니 대뜸 ‘양아치면 모두 건들건들 해야 하니? 멋있는 양야치도 있고 아닌 양아치도 있어. 네가 생각하는 양아치를 연기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야가 넓어졌다”
극 초반 온갖 나쁜짓을 일삼던 허영달 캐릭터 탄생의 순간이었다.
“양아치 허영달은 자유로운 캐릭터다. 구속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덕분에 초반 연기 호흡을 잡을 수 있었고 이어지는 흐름도 잘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드라마 ‘트라이앵글’은 떨어져 자란 세 형제가 다시 만나 지독한 운명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후의 결전은 형제들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두 형은 막내 동생의 죽음을 가슴에 묻은 채 웃어야 했다.
‘트라이앵글’은 작품의 무게가 주는 감동에 대한 평가는 낮은 반면 극을 이끌었던 이범수-김재중-임시완 등 연기자들의 호연에 박수가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김재중은 ‘김재중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 내며 차세대 브라운관을 이끌 남자배우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인터뷰 2편 이어서)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mkho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