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좀비 영화였냐는 질문에 김석정 감독은 “딱히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 그저 좀비라는 존재가 인간을 가장 잘 대변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꼭 세상에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택했던 것 뿐이다”라고 답했다.
학원 청춘물에 ‘좀비’를 소재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말만 들어도 뭔가 어색해 보일 것 같은 조합이다. 하지만 영화 ‘좀비스쿨’은 세간의 우려를 뛰어넘고 꽤 그럴싸한 조합을 이뤄냈다.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영화 내용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
영화 ‘좀비스쿨’은 ‘대한민국,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어느 날 갑자기 좀비가 나타난다면 과연 어떨까’라는 무시무시한 상상을 실제로 만들어 버리면서 시작됐다.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 백서빈은 전설의 20대 1의 주먹짱 ‘김정식’으로 분한다. 김정식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반항아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기존 학교 시스템에 대한 불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야구부원들과의 집단 싸움으로 퇴학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탁으로 퇴학이 아닌 외딴섬에 떨어져 있는 ‘청소년 유해 차단 학교’인 ‘칠성 학교’에 입성하게 된다.
여자주인공 ‘민혜나’ 역으로 분하는 배우 하은설은 아버지가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여유로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꾸만 엇나가게 된 그녀는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결국 ‘칠성학교’에 입성하게 된다.
두 주인공을 비롯해 문제아들의 ‘정신개조’ 프로젝트를 펼칠 ‘칠성학교’에는 배우 김경룡, 김승환, 박재훈 등 이름으로는 익숙하지 않지만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알아보는 특급 조연들이 영화속 ‘칠성학교’의 선생님들로 열연하며 문제아 학생들과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칠성학교에 어느 날 미친 돼지가 나타나 이 학교 교장(김경룡 분)이 아끼는 고양이 ‘나비’를 죽이고 만다. 이에 격분한 교장은 미친 돼지를 찾아내 살생을 감행하며 위협하다 결국 물리고 만다. 이 돼지는 변종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였던 것. 돼지에 물린 교장은 좀비가 되고 교장의 옆에 있던 선생과 좀비로 변한 그들에게 물린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좀비로 변해간다.
새로 전학 온 학생들을 향한 기존 학생들의 텃세와 시비, 싸움 등을 통해 학교 내 학생들 간의 권력 다툼을 그리는가 하면 지도교사로 분하는 배우 박재훈은 이 학교의 지도 교사로 학생들을 ‘쓰레기’라 부르며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하지 않고 반항을 일삼는 학생들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일삼는다. 폭력과 폭언을 하는 교사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면서 변질된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또 그 속에서도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애틋한 감정의 변화까지. 전형적인 학원 청춘물과 매우 흡사한 면이 담겨있다. 하지만 초반의 미묘한 감정과 신경전과는 달리 좀비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매우 긴박하게 흘러간다.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좀비’는 B급 영화의 소재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엔 부족한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영화 ‘28일 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비롯해 ‘새벽의 저주’ 등이 좀비물을 찾는 마니아층만 사랑하는 영화가 아닌 다수의 관객을 확보 할 수 있는 A급 소재로 거듭나게 돼다. 국내에서는 1981년 영화 ‘괴시’를 시작으로 ‘어느날 갑자기 네 번째 이야기 - 죽음의 숲’ ‘이웃집 좀비’ ‘인류멸망보고서 - 멋진 신세계’ ‘신촌좀비만화’ 등 좀비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생소한 소재였던 ‘좀비’가 조금씩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어떤 장르의 영화든 아무리 촬영 기법이 뛰어나고 내용이 완벽하다 할지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던가 감정이입이 힘든 비주얼을 내포하고 있다면 관객의 몰입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좀비스쿨’은 ‘좀비’라는 설정 자체가 가장 큰 숙제로 작용해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가장 많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극 초반과 다르게 섬뜩한 긴장감을 안기기에 충분한 좀비 분장은 현실에 있을 법한 ‘좀비’를 아주 잘 표현해 다소 식상할 수 있을법한 영화의 수준을 높였다. 허접스러운 CG나 분장이 아닌 좀비의 눈빛, 얼굴의 표현 하나하나 리얼함을 중점에 뒀다. 그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좀비가 등장할 때 긴장감 넘치는 배경 음악을 깔았고 화면 움직임을 빠르게 해 보는 관객들을 긴장시켰다. 분장 역시 매우 리얼했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낫과 도끼, 전기톱과 같은 무기들을 사용해 좀비와 싸우는데 머리가 잘려나가거나 허리가 끊어지는 등의 상황을 무척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표현했다. 혈흔이 튀기는 장면도 많은 영화라 수위가 꽤 높다는 건 알아두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남을 물어뜯어 죽이는 살아있는 시체 ‘좀비’보다 더 잔인한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선생님과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붕괴되는 학교의 이야기. 정치 권력은 물론 ‘구제역’이라는 전염병으로 돼지가 살처분 되는 영상을 보여주는 등의 노력들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게 이 영화를 제작한 김석정 감독의 의중이다. 25일 개봉.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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