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0∼35% 수준이던 월세 비중은 현재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물건까지 포함하면 실제 월세 비중은 더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현상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집주인들은 저금리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마땅히 굴릴만한 투자처가 없어, 세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 월세로 전환한 것이다.
세입자들은 지속적인 집값 하락으로 인해 전세 거주 시 깡통주택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기 살기보다는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월세시대 본격화에 맞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세시대가 도래할수록 집주인의 권한은 강화되는 데 반해 세입자의 권한은 약화되기 때문이다.
월세시대가 본격화되면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해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모호해져 예상치 못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본격적인 월세시대가 도래하면 세입자의 권한이 약화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임차인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만들어 보호했다. 전세보증금을 보호해 주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한 확정일자, 전세등기 등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보호해 줬다.
그러나 월세시대의 본격화로 전세보증금의 비율이 낮아지면 세입자의 지위가 낮아져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이 같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집주인의 권한은 강화돼, 법을 피해 월세를 마음대로 인상하거나, 월세를 높게 내는 세입자를 골라 받는 등 폐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월세시대에 맞게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월세 확대로 전세보증금보다는 월세인상률에 초점을 맞추거나 보증부월세(전세보증금+월세)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또 월세 세입자들의 가계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전세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월세는 매달 돈이 나가기 때문에 가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기예금의 금리를 기준으로 전국 월세주택의 평균 주거비용은 연간 951만원으로 전세 370만원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월세가구 평균 주거비가 연 1593만원인 반면 전세는 67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월세가구 주거비가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세보다는 월세 주거비 부담이 높은 현실을 감안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월세시대에 알맞게 월세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금융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현재 전세보증금제도는 전셋값의 70~80% 정도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월세시대가 본격화되면 전세금보증금 대출보다는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즉 월세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월세지원 상품을 개발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월세 세입자들의 부담을 들어 주는 방향으로 금융시스템이 변화돼야 한다.
그리고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겸한 ‘보증부월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
보증부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액이 낮아지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대상보증금과 최우선변제금액의 기준이 낮아져야 한다.
현재 서울은 임차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때 최우선변제대상보증금 95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최우선변제금 3200만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세보증금 9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내는 보증부월세 세입자는 보호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길이 없다. 따라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보증부월세의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의 정비가 필요하다.
법과 제도는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변해가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임대유형인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이제는 월세제도를 보호해 주기 위한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승범 기자 seo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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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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