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과 앞에 놓인 이동통신 유통상인들

아이폰에 70만원 리베이트 독발라 넘긴 이통사는 발 빼···먹어도 죽고 못 먹어도 죽는 사과에 상인들만 한숨

아이폰 6 대란 이후 대란에 관련됐던 한 판매점이 폐업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제공

이동통신3사가 최근 일어난 아이폰 6 대란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리베이트라는 독이 든 사과를 유통에 넘겨놓고 자신들만 발을 빼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업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특히 이동통신 유통상인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원금은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것인데 이번 대란의 경우 과도하게 지급된 장려금을 유통점이 모두 취하지 않고 소비자한테 직접 할인해줬기 때문”이라며 “통신사는 유통의 최약자인 일반 유통점만 단속과 처벌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과도한 장려금을 휴일 야밤에 기습적으로 지급하는 의도에 대해 밝히고 해명해야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어 “대란은 몇 개의 불법 온라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주범인 이들과 원인을 제공한 통신사는 놔두고 이를 따라갔던 영세한 유통점만 무차별 단속하고 처벌하는 등 아예 유통점 말살을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상인들이 이처럼 이통사들의 사과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대란이 일어난 원인에서 이통사는 쏙 빠지고 유통에만 그 책임을 전가해 유통을 말살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들은 이통사들이 일부러 독사과를 건넨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아이폰6 출시에 맞춰 대리점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등 불법 영업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란 당시 출고가 80만원에 달하는 아이폰6에 최대 70만원에 육박한 보조금이 지급되기도 했는데 사실상 이통사에서 지원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또 대란을 주도했던 판매점들이 대부분 통신사들과 6월 대란 등을 주도했던 온라인 불법 판매자들인데 계속되는 생활고에 이를 따라갔거나 가입 서식지를 받아줬던 유통점들까지 엮이면서 처음부터 유통점을 줄이기 위해 기획된 대란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번 대란을 빌미삼아 현재 시행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세부 내용 중 하나인 승낙철회 조건을 이용해 유통점들을 대거 줄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승낙철회는 이통사가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 판매점도 대리점처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승낙제의 세부 내용으로 승낙한 판매점이라 하더라도 판매점이 법 위반으로 걸리면 영업을 중단시키거나 승낙을 철회할 수 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대란 징후를 예상한 유통점들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지적도 거세다. 앞서 10월 3~4주차에 나타났던 페이백 형식의 보조금 역시 이통사들이 리베이트를 80만원 선으로 높이면서 일부 유통점들이 이를 고객 지원금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 협회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통사들이 불법 보조금을 유발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처벌만 없었을 뿐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협회측은 “지난달 집회를 통해 불법조장 장려금 거부와 고객지원금 상향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가 외면하면서 결국 이런 상황이 벌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대란은 잘 짜 맞춰진 시나리오처럼 이미 예견된 상황으로 리베이트를 보조금으로 내놓는 일이 독사과인걸 알면서도 받은 상인들도 받지 않고도 또 다시 시장 경색으로 고사 위기를 맞게 됐다”며 “이미 대란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단통법 이후 축소됐고 정상 판매한 고객으로부터 환불 및 취소 등으로 영업이 마비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김아연 기자 cs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