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섀도보팅 폐지 코앞, 주총 대란 오나

섀도보팅(shadow voting) 폐지가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도 폐지 후 주총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 등을 도입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상장사들은 섀도보팅제의 폐지 유예기간을 2년 더 늘려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섀도보팅 폐지에 “주총서 감사 못 뽑게 될라” 우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섀도보팅제도가 폐지된다.

지난 1991년 도입된 섀도보팅제도는 주권을 발행한 회사가 요청하는 경우 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찬반투표 비율에 따라 중립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0명의 주주가 동일 지분을 갖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주총에 참석한 10명의 주주들이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8대2로 나오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견도 8대2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본래의 기능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을 열지 못하는 것을 막고 원활한 주총 진행을 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소액주주를 배제하는 장치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키로 했다.

섀보보팅 폐지를 두고 상장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감사·감사위원 선임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감사 선임 안건은 3% 룰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일반결의에 필요한 요건이 참석한 주주의 과반수이상이면서 해당 주식이 전체 주식의 25%를 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며 감사 선임을 위해 확보돼야 하는 지분은 최대주주 지분을 제외하고 최소 22%다.

특히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회사는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섀도보팅 폐지를 2년 뒤인 2016년 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섀도보팅 폐지 유예 필요성 및 관련 쟁점 고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섀도보팅제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며 유예 기간을 2년 더 늘릴 것을 주장했다.

◇도입 앞둔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 실효성 없나?
금융당국은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 위임장 권유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일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추진안을 통해 “전자적인 방법을 이용한 위임장 용지 교부 등을 허용키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한 위임장 용지 등의 교부 방법이 대면교부, 우편, 팩스, 이메일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전자적 시스템을 이용한 위임장 용지 등의 교부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탁결제원은 테스크포스(TF)팀을 통해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어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올해라도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가 도입돼도 주주들의 연락처가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경연은 “이미 지난 2007년부터 미국에서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주주총회에 대한 주주들의 인식 변화 없이 제도 폐지 혹은 도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주총회에 대한 무관심이 해결되지 않은 이상 섀도보팅 폐지 등과 같은 대책은 상장사의 부담만 가중 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 상장사 임원은 “국내 투자자 대부분은 경영에 대한 참여보다는 트레이딩을 통한 투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주총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의지가 없는데 제도 도입이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지은 기자 pje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