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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부사장, 오늘 선고···‘항로 변경’ 유죄 여부 주목

조현아 전 부사장, 오늘 선고···‘항로 변경’ 유죄 여부 주목

등록 2015.02.12 07:54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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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용어의 사법적 정의·유사 판례 전무···재판부 재량에 달려항로 변경죄 유죄 인정 시 구형 때보다 높은 형량 선고도 가능기내 폭행·폭언 관련 반성문, 재판부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공덕동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공덕동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지난해 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켰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2일 오후 열린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는 12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공덕동 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항공보안법과 형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여 모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 김 모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3명의 피고인에게는 지난 2일 검찰 측이 구형을 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 여 상무와 김 감독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이 구형됐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고 여 상무는 증거 인멸, 김 감독관은 공무상 비밀 누설이 유죄로 참작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그동안 제시해 온 주장과 변호인 측의 변론, 증언대에 섰던 3명의 증인(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창진 사무장, 김 모 객실승무원)의 증언,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형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는 유죄로 인정되는 기소사유의 형량을 모두 합해 최종 형량을 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장 무거운 형량의 유죄 사유만 최종 형량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어느 죄가 최종 형량 선고 사유가 될 것인지 최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에게 내려진 구형 형량은 항공보안법 제42조(항로 변경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리턴 지시가 항로 변경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항로 변경죄는 최소 징역 1년,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죄다.

그러나 항로 변경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일단 항로에 대한 사법적 정의가 매우 불분명한데다 이와 관련한 판례도 없어 재판부 측에서도 상당히 난처해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항로의 정의에 대해 ‘일정 고도 이상으로 이륙한 하늘 위의 길’로 칭하고 있다.

다수의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항공기의 문이 닫히고 탑승교와 분리된 상황을 ‘운항 중’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주기장 내에서 항공기가 이동한 것을 항로 변경 행위로 보기는 매우 모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시 말해 램프 리턴 행위와 관련된 정확한 처벌 규정이 있었다면 조 전 부사장의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가능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논란이 많기 때문에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만약 항로 변경죄가 무죄로 인정되고 기내 폭행과 폭언,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만 유죄로 인정될 경우 구형 때와 비슷하거나 보다 낮은 수준의 형량이 선고될 수 있다.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 등)에는 기내 폭언·폭행범을 최대 징역 5년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항로 변경죄보다는 분명 최고 형량이 낮은 죄다.

이 점에 대해서는 조 전 부사장이 기내 폭행과 폭언, 승무원 하기 지시 등 사건 당시 벌어졌던 일련의 행위에 대해서 여러 차례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한 바 있어 이를 재판부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법정 진술은 물론 지난 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기내 폭행과 폭언 등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어 이 반성문이 재판부에 어떤 효력을 미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부터 이례적으로 “조 전 부사장이 죄를 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다그친 바 있어 의외의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양호 회장과 박창진 사무장의 법정 증언이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다. 조 회장이 박 사무장과 대한항공 임직원을 향해 한껏 몸을 낮췄지만 박 사무장이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30일 증언에서 “박 사무장이 복직하면 어떠한 불이익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 사무장은 2월 2일 증언에서 “자신을 배려해주겠다던 회사의 말은 모두 거짓이며 자신에게만 혹독한 스케줄이 편성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사무장은 지난 6일부터 2차 병가를 냈고 대한항공은 “박 사무장의 스케줄이 인위적으로 조작됐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조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2~3년의 실형에 1년 수준의 집행유예가 추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유사 판례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결국 사상 유례가 없는 항공기 리턴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재판부의 재량에 전적으로 달리게 됐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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