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4일 무기명 투표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가 다음 이사회 때 무기명 투표를 통해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를 선별하겠다는 초강수를 두자 제약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제약협회는 지난 24일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리베이트 의혹이 있는 제약사를 무기명으로 적어내는 투표를 다음 달 14일 이사회에서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이사장단 회의 후 국내 제약사 대표이사나 대표이사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은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제약사 3곳의 이름을 무기명으로 적어 투표한다.
이후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이 단독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이름이 적힌 제약사 대표에게 개별적으로 기표 사실을 통보하게 된다. 투표 결과에 대한 접근을 이 회장 1인으로 국한해 공정성과 기밀 유지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협회의 행보에 업계가 반기를 들었다.
먼저 자율정화를 최우선으로 리베이트 척결을 추진하던 제약협회에 발맞춰온 노력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약협회는 지난해 기업윤리 헌장을 선포하며 제약사의 동참을 독려했고 제약사들은 앞다퉈 CP 강화에 나서며 자율준수에 집중했다.
그렇지만 이번 투표 강행으로 제약협회 차원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강압책만으로도 버거운 현실에서 탈출구가 막히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또 투표 후 이 회장이 직접 이름이 거론된 제약사 대표에게 귀띔한다는 방식에서 실효성이 없는 일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를 파악해도 파악으로만 그칠 뿐 제약사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처벌 수단이 없는 제약협회의 한계를 꼬집은 셈이다.
아울러 이 회장 혼자 투표 결과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투표 후 이 회장이 만나는 제약사는 업계 안팎에서 리베이트 의혹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이 직접 보안에 책임을 지고 개별적으로 접촉한다고 하지만 제약업계의 수장의 행보를 아무도 모르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리베이트를 저지르고 있는 제약사 대표들이 공모해 한 업체만을 몰아서 투표하는 등 투표가 악용되거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투표 추진을 재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국내 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들은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과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정 이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현장에서 이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면 투표에서 이름이 나올 경우의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반면 제약협회는 투표가 결정된 만큼 투표 시행과 이후의 보완책 강구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이미 이사장단 회의 전부터 추진한 투표”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리베이트 척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hsoul3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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