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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평생 빚노예 전락하는데···금감원은 팔장만

[서민 목죄는 약탈금융③-1]서민은 평생 빚노예 전락하는데···금감원은 팔장만

등록 2015.04.17 10:32

수정 2015.04.17 14:03

손예술

  기자

금감원 “NPL시장서 소멸시효 완료된 채권 분리 어려워”
시효만 연장하는 업체도 생겨나 평생 빚에 발목잡혀
전문가 “부실채권 시장 정화없이 대포통장 근절 힘들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범죄를 근절하는 등 민생 5대 금융악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부실채권에 실상황도 파악못하는 금감원이 근원부터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주장이 크다. 사진은 지난 13일 열린 금감원과 경찰청의 '금융범죄 근절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진웅섭 원장. 사진=이수길 기자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범죄를 근절하는 등 민생 5대 금융악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부실채권에 실상황도 파악못하는 금감원이 근원부터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주장이 크다. 사진은 지난 13일 열린 금감원과 경찰청의 '금융범죄 근절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진웅섭 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때 아닌 호황기를 맞은 곳은 NPL(Non Performing Loan)시장이다. 부실채권으로 알려진 NPL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포함한다.

문제는 시중에 법적으로 소멸시효가 완료된 채권이 버젓이 팔리면서 서민들을 평생 ‘빚 노예’로 전락시키는데 있다. 금융당국도 사실상 비용과 예산 등의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피해는 줄지 않는 상황이다.

서민금융권 전문가들은 부실채권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대포통장 근절과 같은 문제는 물론이고 금융감독원의 민생 5대악 금융사기 척결 등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멸시효 완료 채권, 주로 영세 대부업체로 = 최근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17일 3조3000억원 규모의 NPL에 대한 공개 매각을 진행했는데 이중 소멸시효가 완료된 채권을 285억원에 매각하려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1차 공개매각 당시 소멸시효 완료 채권을 파는 경우가 드물지만 통상 이런 채권은 영세한 대부업체로 쪼개 팔려 서민들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아서다.

소멸시효 완료된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알려진 것과 다르게 채권추심도 가능하다. 다만,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 중 채무자가 이미 돈을 갚은 것들이 섞여 매각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당국은 매각 자제에 대한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만약 소멸시효 완료 채권을 팔더라도 대부업체의 불법 채권추심을 감독·관리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감독·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그럴 수 없다는 데서 불행이 발생한다.

관할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9752개인데다 서울시에서만 관리하는 업체는 3000여군데다. 전담인력은 4명이 전부다. 한 명당 925개의 업체를 맡고 있는 꼴이다. 휴무없이 매일 2개씩 조사한다고 해도 1년이 더 걸리는 숫자다.

김경미 서울시 민생대책팀장은 “소멸시효 완료 채권을 불법 채권추심하는 경우에 대해 단속한 적이 없다. 이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주먹구구식으로 장사를 하는 대부업체 등이 많기 때문에 세부적인 감독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 2966개의 대부업체 전수조사를 끝으로 민원이 많은 업체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업체를 집중적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없으니 지급명령신청만하는 업체도 생겨나 = 여기에 채무자들이 소멸시효 완료 채권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시효를 지속적으로 연장하는 중개업체도 생겼다.

상법 제64조에 의하면 금전거래의 원인이 상행위로 인한 상사채권은 5년이 지나면 채권시효가 완료된다. 채권자가 시효가 완료될 때까지 특별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빚을 갚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민법 제172조에 따르면 채권시효가 완료된 경우 독촉절차를 통해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중개업체는 이 과정을 노리고 지급명령절차를 통해 소멸시효를 지속적으로 연장한다.

현재 국내법(민법 제178조 제 1항)에서는 시효 완료 중단을 신청할 경우 그 기간으로부터 다시 채권 시효가 연장돼 서민들은 죽을 때까지 빚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저축은행 전수조사 들어간 금감원···100% 조사어려워= SBI저축은행의 대량 소멸시효 완료 채권 매입건이 터지자 금감원은 그제서야 저축은행을 상대로 부실채권 상세 내역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NPL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제서야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렇지만 금감원 관계자들은 사실상 전체 금융기관 및 대부업에서 거래되는 NPL시장에서 소멸시효 완료 채권을 파악하는 작업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송인범 금감원 저축은행국 검사2팀장은 “소멸시효 완료 채권은 관리를 하는 곳이 많지 않다. 일부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한다고 하더라도 이 내역이 맡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인범 팀장은 “제도권 금융에서 팔린 부실채권 중 다른 곳으로 옮겨진 뒤 소멸시효가 완료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영세 대부업체나 개인에게 넘어갈 경우 파악은 더욱 어려워진다. 국내에서 움직이는 전체 소멸시효 채권 완료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멸시효가 완료된 채권은 10~20년 간 옷장 속에 처박아둔 쓰레기인데 이를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이자를 맨 마지막에 낸 시점 등을 두고 채권 분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180도 달라지지 않을 것” = 부실채권의 내용과 상세 내역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벼랑에 내몰린 서민들에게 금감원의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은 구호에 그칠 것으로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일 5대 금융악 중 불법 사금융과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인력 및 예산 부족 문제로 사실상 손을 놓았던 금감원이 180도 바뀌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랫동안 금융당국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단속과 감독 강화를 들고 나오겠지만 행태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손예술 기자 kunst@

뉴스웨이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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