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재난法’···실효성은

메르스 폭풍 뒤 대책 법안 발의 ‘봇물’

입법화 ‘가속도’ 목맨 의원들···여론에 ‘편승’

“일단 지르고 본다”···‘다다익선’, 관행인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국민 불안이 커지면서 국회에서 감염병 확산 등 대책 법안이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여론이 들끓는 현 시점에서 입법을 가속화 해 법안 정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이나 ‘졸속법안’이 라는 비판도 거세졌다. 이 때문에 각종 법안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지난 11일까지 발의된 메르스 관련 법안은 총 8건이다. 이중 감염병 예방관리법 6건, 의료법 개정안 1 건, 119구조·구급법 1건이다.

입법 예고 또한 줄을 잇는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메르스로 인한 휴교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5일 이내의 ‘유급 돌봄휴가’를 신설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 개정안을 곧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환자 피해 보상 법안을 강조해온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감염병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관련된 입법을 예고한 상태다. 이 의원은 “언젠가 피해보상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지를 미리 고민해야 한
다”고 밝혔다.

양승조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고 감염 환자와 의심자들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담은 ‘감염병 예방관리법’을 발의했다.

의사 출신으로 국회 메르스 특위 위원인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감염병 예방법 일부를 손질해 조만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은 “2009년에서 2013년 당시 유행했던 신종플루와 관련해 만들어 놓은 감염병 예방법을 수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법안들이 쏟아지면서 ‘우려’를 인지하면서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는 반응이다. 여야 의원들은 관련 법안들이 우후죽순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서 “지적받을 상황이지만 안전이 우선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정림 의원은 “이런 국가적 신종 감염병은 ‘이슈화’되지 않으면 심의조차 안되고 정부부처에서도 적극적이지 않는다”며 “이를테면 메르스 관련법들은 메르스 대책 특위가 구성된 이런 시기에나 심의되곤 한다”고 토로했다.

의사 출신으로 메르스 특위 위원인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전체적인 구도에서 특정 법안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만들면 좋겠는데 대부분 의원들은 무조건 법안을 빨리 내서 상임위, 법사위에 논의되게 하려는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현재 의원들이 입법 활동은 속도’와 ‘양’이 관건인 반면, 법안의 ‘질’에 대해서는 신경을 쏟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졸속’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의원들은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알맹이가 아주 충실하게 없다는 지적도 있을 순 있다”며 “사건이 생기고 나서 바로 대응하는 입법이 썩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인정 했다.

법안폭탄 우려에 대해서 의원들은 오히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메르스 특위 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졸속 법안은 특위에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그 만”이라며 “(법안을) 다듬으려 특위를 만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려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메르스와 관련된 법안들이 재정 추계가 불명확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확한 피해나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쏟아지는 법안들이 표퓰리즘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인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현재 비용추계 작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다음달 31일까지가 활동시한인 국회 메르스 특위에서 이런 법안들 처리에 속도를 낸다면 정확한 재정추계가 빠진 상태의 ‘반쪽’ 법안이 통과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aewoni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