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포스코그룹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공개적으로 항의하면서 해임설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진사임을 결정했다.
당초 전 전 사장은 포스코그룹 측의 해임 시도에 강력하게 맞설 계획이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그룹의 융합을 위해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6일 열린 대우인터내셔널 이사회에서 전 전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 논란과 관련해 자진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전 사장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미얀마 가스전의 분할 및 매각 검토는 이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정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아직도 ‘항명’ ‘내분’ ‘해임’ 등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과 회사 그리고 임직원 및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게 가장 미래 지향적이며 대승적 방향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한 끝에 이 자리를 물러나는 용단이 조속한 사태 수습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전 전 사장은 반기를 들고 대우인터내셔널 사내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포스코 측은 전 전 사장의 행동이 권 회장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해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달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의 사표를 받은 만큼 전 전 사장의 사표를 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 전 사장은 포스코의 해임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사외이사들에게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포스코는 지난 11일 전 전 사장의 해임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고 갈등이 봉합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로 보직에서 해임되는 임원이 잇따르고 포스코그룹의 내분이 깊어지는 양상이 계속되자 전 전 사장이 결국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포스코와 대우그룹의 기업문화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의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전형적인 상사맨의 기질이 강한 대우인터내셔널의 정서가 충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도 포스코가 재무건전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둔 것과 달리 대우인터는 장기적인 현금창출능력을 우선시하면서 의견이 엇갈리게 된 경우다.
전 전 사장은 대우그룹 공채로 입사한 전통 대우맨 출신이어서 이번 자진사퇴가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한 직원은 “전 전 사장은 사내에서도 신망이 매우 두터웠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포스코 출신의 최정우 부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 부사장은 임시주총을 통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전까지 임시로 대표이사를 맡는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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