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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류승룡, 그의 얼굴이 빗어낸 괴물 같은 얘기

[인터뷰] ‘손님’ 류승룡, 그의 얼굴이 빗어낸 괴물 같은 얘기

등록 2015.07.14 08:13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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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류승룡은 이제 보증된 백지수표다. 그가 출연하면 빈칸에 최종 스코어를 적어내면 그 뿐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어떤 배우를 두고는 ‘1억 배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류승룡도 그에 버금가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7번방의 선물’ 그리고 한국 영화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쓴 ‘명량’까지 그 중심에는 항상 류승룡이 있었다. 물론 그가 이 자리까지 올라서기에는 글로 표현하기 힘든 고생담도 영화 못지않다. 난타 배우로 시작했다. 한 때는 차비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했다. 막노동 현장을 전전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꿈을 놓지 않았다. 2004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동문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를 통해 스크린에 나섰다. 그리고 11년 뒤 그는 충무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그가 선택한 ‘손님’은 그의 11년 발자취만큼 깊고 또렷했다. 그래서 주목을 할 수 밖에 없는 영화로 그의 팬들은 기대를 하고 있다.

언론시사회 후 바로 다음 날 만난 류승룡은 다소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기대에 차 있었다. 지난 해 ‘명량’ 이후 채 1년도 안된 시간이 흐르고 만나는 류승룡이지만, 스스로가 신이 나고 흥분해 있다고 소속사 관계자는 전한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겠지만, 사실 전에 없던 독특함에 매료된 이번 ‘손님’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자신의 느낌을 함께 공유한단 사실이 더 클 것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너무 묘했던 기억이 나요. 우선은 내가 전체를 이끌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아요. 하하하.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주 특이했죠. 평범했던 사람이 점차 괴물이 되어 가는 느낌이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여기에 원작이 되는 얘기가 독일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요. 독일 동화가 굉장히 그로테스크하잖아요. 한국적인 정서와 독일 동화의 이런 느낌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너무 궁금했죠.”

배우 스스로의 궁금증도 있었지만 사실 관객들의 궁금증이 더욱 클 것이다. 전작 ‘명량’에서의 일본군 장수 ‘구루지마’, 영화 ‘표적’에서 전직 특수부대 요원 등 류승룡의 카리스마는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다. 한국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떠돌이 악사이자 순진한 성격의 ‘우룡’이란 인물이 가늠되지 않았다. 그는 ‘괴물이 되어가는 인물’이라고 앞서 언급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한 작품 안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는 게 쉬운 건 아니에요. 배우로선 정말 거부하기 힘든 역할이에요. 뭐 떠돌이 악사라는 데 피리를 불고 한 쪽 다리를 절고, 아들을 끔찍이 위하는 모습. 언뜻 떠올리면 쉽겠지만 그 감정의 폭이 좀처럼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죠. 계산하지 않고 접근하는 방법이 올바른 것 같았어요. 배우들마다 인물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다 틀리겠죠. 전 나 자신에게서 접근을 해요. ‘내가 그 시대, 그 얘기 속 주인공이라면’이란 질문부터죠. 우룡은 그렇게 나온 결과에요.”

사실 ‘손님’은 제목에서처럼 가늠하기 힘든 내용과 서양의 구전동화를 모티브로 했단 점, 판타지 호러란 독특한 장르적인 소재 등에서 호기심이 자극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봉 이후 어딘가 여러 영화가 생각나는 콘셉트도 떠오르게 한다. 민감한 얘기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류승룡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나도 당연히 처음 그런 생각을 했었죠. ‘폐쇄된 마을에 절대 권력자가 있다’ 이건 딱 ‘이끼’를 떠올리게 하고, 한국 전쟁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산골 외딴 마을의 풍요로움, 이 부분은 ‘웰컴 투 동막골’을 연상시키죠. 틀린 말은 아니에요. 저도 그랬으니.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3분의 1 지점 이후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스토리가 흘러가더라구요. 내가 예상했던 부분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죠. 굉장히 똑똑한 영화가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보시는 분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 분명히 들 것이라 확신해요.”

그는 ‘명량’ 이전 ‘표적’에선 66kg까지 감량을 하며 날렵함을 선보였다. 이번 ‘손님’에선 평소보다 불어난 몸집을 자랑한다. 우직하고 순박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김광태 감독의 주문이었다. 영화 류승룡에게선 카리스마보단 성격 좋은 옆집 아저씨의 느낌이 강했다. 능청스런 모습까지 더했으니 영락없는 ‘우룡’이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표적’ 찍을 때 66kg까지 뺐는데, 이번에는 한 82~3kg정도 된 것 같아요. 건강은 전혀 이상 없어요. 무턱대고 먹어서 찌운 게 아니라 식단 조절을 통해 몸을 불린 거고, 운동도 병행했어요. 근육량을 좀 늘렸는데, 보여주기 위한 근육이 아니라 다리를 절어야 하는 설정이라 신체적으로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선택한 방식이에요. 사실 허리에 무리도 많이 있었죠.”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무래도 피리를 부는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 극단에 팔려간 뒤 몸을 혹사당해 다리를 절개 됐다는 극중 우룡의 대사로 그의 과거를 잠시 짐작해 볼 뿐이다. 하지만 관건은 따로 있었다. “귓때기 달린 짐승은 다 홀릴 수 있다”는 말처럼 우룡의 피리 실력은 타의 추총을 불허해야 하는 상황. 류승룡은 직접 피를 연주하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손에서 피를 놓지 않았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그 피리가 아일랜드 전통 피리라는 데 ‘도’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소리가 진짜 묘해요.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에요. ‘우룡’과 ‘손님’의 전체적인 느낌과 정말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우선 ‘우룡’이 동물들을 홀릴 정도의 피리 실력을 보유했는데 연기는 티가 날 게 뻔하잖아요. 그저 연습 밖에 없었죠. 어릴 적 리코더조차 불어본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방법은 그냥 손가락 찍는 걸 전부 외웠어요. 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철저한 준비와 느낌으로 작품을 준비하는 류승룡은 이번 ‘손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또한 작품에 대한 자신감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을 전했다. 자신의 만족도와 대중들의 만족도가 같은 곡선을 그릴 수는 없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이번 영화의 결과가 분명 상승 곡선을 그릴 수만 있다면 그로서는 다행스런 일 아닌가.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만족도라는 게 늘 어려워요. 배우는 마찬가지잖아요.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것. 그럼에도 다시 또 하자고 하면? 지금 같은 결과는 만들어 내지 못할 거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의 집중력과 그 당시의 느낌을 살려낸 자신은 없으니까요. 결국 지금의 결과가 제겐 최선의 결과란 얘기에요. 언제나 만족 못하지만 그게 최선의 결과이고. 그저 판정은 관객 분들의 몫이고. 하하하.”

P.S.덥수룩한 수염과 건장한 체격, 그리고 유머스러운 성격에 카리스마 이미지까지 류승룡은 그 어느 장소 어느 이야기에 넣어도 자신만의 색깔과 힘을 유지하는 배우다. 그런 류승룡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첫 번째로 사람을 꼽았다. 영화 ‘손님’ 속 주제와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두 번째는 쥐란다. 영화 속에서 실제 쥐를 손으로 들고 연기하는 장면을 설명하는 데 두 어 번 몸서리를 친다. 천하의 류승룡도 손바닥만한 쥐 앞에선 한 없이 작아지나 보다. 물론 영화 속 ‘우룡’은 피리 소리 하나로 수천마리의 쥐를 조종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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