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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부동산 정책 틀 다시 짜라”

[창간10년]“낡은 부동산 정책 틀 다시 짜라”

등록 2015.10.28 08:34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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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정책 신뢰잃어맞춤형 제도로 시야 넓혀야보금자리 등 이름만 바뀌는 정책 그만복잡한 세제·구닥다리 제도 정비 시급

# 지난 2009년 도입된 이명박 정부의 메인 주거정책인 보금자리주택 사업. 수도권 그린 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는 등 2018년까지 15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강남 세곡지구, 우면지구 등 시범단지들은 분양가격은 주변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반값·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며 용도 폐기처분돼 지금은 그 이름 조차도 사라져 버렸다. 광명시흥지구와 하남감북지구는 사업 자체가 사실상 백지화 됐다. 이렇다보니 일부 보금자리 사전예약 당첨자(무주택자)들은 최악의 전세난에 신음하고 있다.


“낡은 부동산 정책 틀 다시 짜라” 기사의 사진


◇장관만 바뀌어도 정책 널뛰어

박근혜 정부 행복주택 사업도 조짐이 좋지 않다. 보금자리주택이 저렴한 분양아파트였다면 행복주택는 신혼부부, 대학생 등 젊은층을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이다. 대학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은 지난달 처음으로 847가구가 분양됐는데, 평균 10.4대 1, 최고 80.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관심을 끌기도 했다.

행복주택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목동이나 잠실·송파, 공릉 등 가장 성공해야할 일부 시범단지들은 지구지정이 해제됐거나 취소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승환 장관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행복주택사업이 유일호 장관들어 시들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행복주택사업도 보금자리주택사업과 마찬가지로 사장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신 유 장관은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에 올인하고 있다. 뉴스테이는 기업이 운영하는 고품질 임대주택에 세입자가 월세 방식으로 8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월 임대료 상승률도 5%로 제한된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파격적인 택지·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민간 임대 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취지를 집약한 대표 임대주택 상품이다.

초반 분위기도 좋다. 대림산업이 뉴스테이 1호 사업지로 지난달 5일 내놓은 인천 도화지구(2105가구) 입주자 모집에 1만 1258명이 몰렸다. 5.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이 인천 도화 사업지를 직접 찾아 “중산층 주거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 고 격찬하며 분위기도 띄웠다.

◇朴정부 간판 뉴스테이 ‘위태’

하지만 뉴스테이도 보금자리나 행복주택 사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고가 월세’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달 공급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뉴스테이 전용면적 35㎡(약 10.6평)형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100만원에 달한다. 서울 용산에서는 월 200만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중산층들도 월세아파트를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지나해 국토부의 201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사를 원하는 국민들이 월하는 주택 점유혈태는 자가가 47.7%, 전세가 37.3%에 이른다. 월세를 희망하는 이는 11.4%에 불과하다.

정부가 뉴스테이 주 타깃으로 잡고 있는 중산층만 따져도 전세 희망 비율이 86.6%로 더 높고, 월세 희망 비율은 11.2%로 더 낮다. 게다가 2017년 이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이어질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철마다 바뀌는 정책···혼선만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땜질식 처방쯤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이나 주택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보니 시장의 신뢰도 땅에 떨어지기 일쑤다. 정부부처끼리도 손발이 안맞아 시장 혼란만 야기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토부와 금융감독위 등 금융당국의 ‘엇박자’다. 지난해 정부는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낮추며, 주택담보대출을 위한 문턱을 낮췄다. 지난해 8월부터 네 차례 기준금리를 내려 대출이자 부담도 줄였다.

뾰족한 전·월세 대책이 없자 ‘빚내서라도 집사라’라는 취지의 국토부 대책으로 비춰기지도 했다. 사실상 정부가 국민들에게 집 사는 걸 권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한 해 만에 바뀌었다. 지난 7월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얘기다. 이번 방안은 변동·만기일시상환 대출을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과 대출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의 신호가 시장 주체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공약임에도 제도가 없어지기도 한다.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가 가장 대표적이이다.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2013년 9월 처음 도입됐지만 찾는 이가 없어 정부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주택 대책으로 내놨던 ‘1%대 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도 저금리와 가계부채 우려속에 없던일이 됐다.

◇시장에 맞춰 정책 방향 설정해야

전문가들은 국토부 등 정책 입안자들이 사고의 틀을 바꾼 후 새로운 방향 설정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시장 변화에 맞게 구닥다리 잣대나 제도를 비롯해 고정관념 등을 과감하고 털어버리고 정책의 지향점 자체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전세난 등 서민주거안정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발상의 전환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실질적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나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과감히 도입할 필요도 있다는 얘기다.
전월세난에 정공법으로 대처하라는 뜻이다.

지역별로 주택시장이 다른 만큼 중앙정부에서만 관리할 게 아니라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전월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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