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차 있지만 재계 최고의 절친황금알 면세점 놓고 두차례 대결어느 쪽 승리하던 한명은 치명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유통업계 맞수 있면서도 절친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둘은 피튀기는 경쟁 중이다. 황금알 면세점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로 치자면 롯데가 전체 50%의 점유율로 1위 사업자인 반면 신세계는 3.3%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세계가 올 연말 만료되는 롯데면세점의 2개 특허 모두에 도전장을 내민 데다 기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상권이 겹치는 남대문에 출사표를 던진 만큼 두 그룹 총수의 대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래 과감하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는 신동빈 회장의 행보는 면세점 유치전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올 연말 소공동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이 만료된다. 소공동 본점은 지난해 매출액 2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권이다. 월드타워점 역시 최근 그룹 차원에서 공들이고 있는 제2롯데월드의 관광 명소화의 핵심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두 곳을 모두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신 회장은 이번 면세점 경쟁사 CEO 중 가장 먼저 공식 석상에 등장해 롯데면세점 수성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열린 롯데면세점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여해 5년간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결정했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사업권 재획득할 경우 5년간 4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를 통해 13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고 29조원의 외화수입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공격 경영 행보에도 시동을 걸었다. 신동빈 회장은 그 동안 두산 주류부문,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하이마트, KT렌탈 등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그룹 영토를 불려왔다. 롯데면세점에 대해서도 역시 M&A 가능성을 상시 열어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0년 전 세계 1위까지 내다보고 있다.
면세점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최근 청년창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지원사격’을 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면세점 특혜 문제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당시 신 회장은 “면세점은 아주 어려운 사업이고 세계적으로 5~7개 정도 업체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가 현재는 세계 3위지만 몇 년 후엔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서비스계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한다”며 롯데면세점의 경쟁력을 역설했다.
반면 롯데에 도전장을 내민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평소 SNS를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온 정 부회장이지만 면세점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신세계처럼 ‘공성’에 나선 두산은 일찌감치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신세계는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며 서류 마감 3일 전에야 입찰을 공식 발표했다. 또 신 회장과 박용만 두산 회장이 전면에 나서 면세점을 알리고 ‘사재 출연’을 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아직 소식이 없다.
신세계디에프의 면세점 사업계획 홍보도 다른 경쟁사에 비하면 매우 조용한 편이다.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칫 말로 인한 오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동안 조심하고 말을 아껴왔다”며 그룹 면세점 정책 철학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는 지난 7월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번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한 수 한 수’를 보다 신중하게 두겠다는 의중이다.
그렇다고 정 부회장이 면세점 사업에서 거리를 완전히 둔 것은 아니다. 신세계디에프가 제출한 면세점 사업계획서에는 지난 7월과 달리 정 부회장의 자필 서명을 담은 인사말이 들어있다. 지난 7월 유치전에서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적이 없었다는 것과는 또 달라진 모습이다.
이 인사말에서 정 부회장은 “면세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신세계 그룹이 이번에 선택돼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적었다. 면세점 유치의 강력한 의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셈이다.
면세점 후보지도 지난 7월 입찰전에서 탈락했으니 다른 곳으로 변경하지 않겠냐는 업계의 시각과 달리 다시 한번 남대문에 위치한 ‘본점’을 골랐다. 위치는 그대로 유지하되 계획을 보다 섬세하게 수정하는 대목에 정 부회장의 뚝심과 섬세함이 엿보인다.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입찰전 당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보로 사업권을 획득했고 한화갤러리아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사업권을 거머쥐었다. 오는 11월 사업자가 발표될 이번 유치전에서는 신동빈 회장, 정용진 부회장의 다른 스타일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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