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사장단 인사서 연임 성공나란히 내년 실적 개선 숙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계열사 정상화를 위한 책임경영이 시작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 실적이 부진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유임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이들의 퇴직을 전망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칼을 드는 대신 이들을 품었다. 사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재 부진의 늪에 빠진 중공업 부분을 되살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국가기반산업의 부흥을 위한 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박대영 사장과 박중흠 사장은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다. 물론 사장단 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연말 합병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그룹내에서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양사의 재합병설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9일 거제 삼성중공업을 방문했다. 8년만에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박대영 사장 등 경영진으로부터 조선업계 동향과 함께 회사의 수주·건조 동향 등을 보고받았다. 적자주범인 해양플랜트 현황에 대한 브리핑 때는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갑작스런 조선소 방문에 화학계열사 매각 후폭풍이 중공업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그룹 이번 인사에서도 사업구조 재편을 포함한 체질개선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박대영 사장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그룹 경영진단 이후에도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올 2분기에는 1조5491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물론 3분기 8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건조가 완료된 미국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PDC) 드릴십 건조 계약 파기로 100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박대영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을 재확인했지만 내년 조선시황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부담은 박대형 사장보다 더 크다. 사장단 인사에서 재신임 받긴 했지만 유상증자라는 큰 파고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에서 이 부회장이 미청약주 발생시 최대 3000억원을 들여 일반공모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반드시 유증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정언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적자를 내며 자본 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에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재가 투입되는 만큼 향후 그룹에서 지원도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1175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1조를 웃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박 사장은 최근 재무안정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3500억원 규모의 상일동 사옥 매각과(장부가 3500억원 상당) 전 직원 무급순환휴직 실시, 임원 급여 반납 등 전사적인 고통분담 차원의 노력으로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제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중공업, 엔지니어링 수장 유임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판단된 것이며 내년으로 예상되는 양사의 재합병을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squashk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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