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정확하게는 외모가 준수하다거나, 성격이 좋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기자가 가수 수란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묘한 매력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갔고, 또 대화를 나눠 볼 수록 계속 빠져든다는 것 밖에는.
최근 여성 싱어송라이터 수란과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난 첫 인상을 다소 거창하게 풀어봤다. 정확하게 ‘수란’이라는 가수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의 목소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최근 힙합 알앤비씬에서의 수란은 최근 가장 뜨겁다. 많은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네공을 천천히 쌓아올리고 있다.
“피처링 가수로 저를 알고 계시는 분이 많아요. 목소리를 들으면 ‘마네퀸’을 부른 사람이라는 걸로 알고 계시죠. 그리고 가장 최근엔 블락비 지코 씨의 ‘오만과 편견’에 참여했죠. 제 노래는 많이 모르실 것 같은데 곡을 마들고 쓰고, 프로듀서하고 노래하는 전반적인 종합 예술인을 담고싶어 하는 ‘신인가수’입니다.”
자신을 정작 신인가수로 소개했지만 수란은 지난 2014년 ‘로디아’라는 여성 듀오로 데뷔를 했었다. 디지털 싱글 한 장만 내고 팀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당시 친한 동생과 함께 만든 그룹이었는데, 프로젝트성의 팀이었어요. 지금 팀은 하지 않고 있지만 포털사이트에 뜬 사진 때문에 걸그룹 출신인줄 아시더라고요. 굳이 부정하지는 않아요.(웃음)”
강렬한 초록색 헤어컬러와 외모에서 풍겨지는 강인함 때문에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이어지는 도중 던지는 농담과 웃음에 어느새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그룹(?) 출신의 과거를 이야기 한 뒤 가수 수란으로서 홀로 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늘 겸손하게 ‘거창하지 않다’고 자신을 낮췄다.
“저는 원래 공대생이었어요. 그리고 좀 뒤늦게 음악을 시작했어요. 팀을 시작했던 계기도 무대나 연출, 음악이나 영상들을 콘셉트로 표현해서 음악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스로 프로듀싱한게 로디아라는 팀이었죠. 그래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곡을 처음 썼고, 첫 작품이었는데 재밌게 작업했습니다. 로디아의 경험으로 용기도 얻고, 바로 이어 솔로 활동 때도 힘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스스로를 프로듀싱 해야겠다는 생각에 출발한 솔로 앨범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수란을 피처링 가수로 아는 대중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프로듀싱은 물론 피처링에 참여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래퍼 얀키와 친분을 쌓던 도중 프라이머리와도 알게 됐고, 그와 함께 ‘마네퀸’에 참여하며 수란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 시켰다. 그리고 최근 지코의 ‘오만과 편견’까지. 외부작업으로 쌓아온 내공을 지난해 발매했던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 ‘I Feel’에서 풀어놨다. 그리고 지난달 24일엔 두 번째 앨범 ‘콜링 인 러브’를 발매했다.
“‘콜링 인 러브’에는 대낮에 햇살이 쏟아지는 산뜻하고 찬란한 기분을 넣고 싶었어요.(웃음) 그런 걸 사운드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죠. 분석해서 듣는 게 아니라 자기 전에 집중해서 들으면 가장 좋은 음악이에요. 거기에 보너스로 빈지노의 달콤한 가사나 엔딩에 나오는 목소리는 꿈결같이, 또 몽환적인 느낌을 표현했죠. 들을 때 해석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행복한 연애에 대한 그림을 그려봤어요. 그래서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우울했다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그런 음악이었으면 해요. ‘오감만족’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가사 뿐만 아니라 음악 전체에서 공감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자기 전에 혹은 혼자 걸을 때 제 음악을 들으면 그런 느낌을 극대화해서 들으실 수 있을거에요.”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는데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음악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수란에게도 가득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의 산물인 ‘콜링 인 러브’는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노이지’ 선정 ‘2015년 최고의 K팝’에 이름을 올렸다. 재즈씬에서 활동 할 당시 일본에서 했던 공연이 전부였던 수란은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꽤나 놀란 눈치였다.
“너무 신기했어요. 저도 모르는 희한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아직 저는 음악을 ‘쉽게 만들었어요’가 아니거든요. 음악을 만들때 마다 저의 모든 걸 쏟아 부어서 만들거든요. 그리고 상상력으로 만들다보니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런 걸 다른 장점으로 채우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저의 보컬이에요. 그래서 그 부분을 더 살리는 트랙을 쓰고, 항상 애를 낳는 심정으로 곡이 나오죠. 하하하. 미국에서의 좋은 반응이 너무 감사하죠.”
산고(?)를 느낄 정도의 노력으로 온 정성을 쏟으며 만들었던 그의 음악이 내년 2월에는 미니앨범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수란의 자식들은 참 잘 커가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의 음악으로도, 또 여러 뮤지션들의 뮤즈로 사랑을 받고 있는 수란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제가 보컬적인 부분에서 표현력이나 필이 좋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뮤지션 분들은 그런걸 좋아하시거든요. 제가 그래요. 저를 보고 하얀 도화지 같다고 하셨어요.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다고요. 자신만의 색깔로 잘 소화해주는 보컬이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크게 부담을 안 가지시는 듯합니다. 자기 색깔은 있지만 고집은 안 쎄고, 음악에 녹아드니까 그런 부분에 메리트를 가지시는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보여도 생각보다 그런 부분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거든요.(웃음)”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는 새하얀 도화지 같은 매력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은 수란. 분명 그의 음색은 독특하고 특색이 있지만, 어떤 뮤지션과 호흡해도 이질감이나 어색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뮤지션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큰 강점 역시 “보컬”이라고 대답했다.
“제일 오래했고 잘하는 부분이라 그 부분이 제게는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제 음색이 독특하다고 하시는데 전 사실 그렇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거든요. 소울이나 표현력, 감성적인 부분이 과감하고 빠른 표현을 하는 게 자신이 있어서 전달될 때 음색적으로 특이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재즈로 처음 음악을 접했기 때문에 수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재즈틱함이 있다. 재즈보컬리스트로 활동했기에 몸에 배어있지만 수란은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려있어요. 세상이 빨리 변하는데 그런 변화에 민감한 것 같고 거기에 맞춰 변해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장르는 크게 보면 소울인데 전체적으로는 몽환적인 팝 장르라고 보시면 되요.”
이제 수란의 이름을 앞세운 음악이 걸음을 시작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수란이라는 이름은 피처링 전문 가수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수란의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던 사람을 있을지언정, 한 번만 듣는 사람은 없을 것임을 장담한다. 그게 수란의 음악에 녹아 있는 그만의 색깔이자 매력이고, 또 자신감이다.
“아직 활동을 못하고 있어요. 빨리 하고 싶지만, 내년 미니앨범이 나오면 공연을 많이 할 예정이예요. 꼭 음악 방송은 아니더라도, 라디오라던가 음악을 알리려는 것에 힘을 쓸 거예요. 또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에 집중할겁니다. 피처링은 좋은 곡이 있으면 알리겠지만 외부작업보다 제 이름을 더 알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안에만 있는 느낌이 크지만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서 공연을 할 수 있는 리스트가 늘어났을 땐, 많은 분들을 찾아뵐게요. 좀 더 자신감 있게 제 색깔이 있는 음악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갑자기 이동한 느낌이었다는 2015년. 다양한 사람들과 인맥을 쌓았던 올해는 수란에게 참 감사한 한 해였다. 과도기도 있었지만 처음 음악할 때의 느낌이 들었던 수란에게 참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 인생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수란 역시 많은 뮤지션들에게 최고의 뮤즈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선물 해준 2015년, 그리고 수란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시간들. 이제는 ‘피처링 가수’보다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싶다며 나지막하면서도 강하게 말했다.
“저를 특별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를 특이하다고 생각하셔도 상관없어요. ‘그래 이게 수란이지’ ‘수란의 색깔이지’라는 생각들로 어느 날 자연스럽게 대중 분들에게 스며들고 싶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듯, 저도 늘 도전하고 싶습니다.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한계를 두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고 재밌어요. 주변의 친구들이나 또래들이 매너리즘에 빠져서 그만두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런 것에서 자유롭고 싶습니다. 더 이상 철들기 싫어요.(웃음)” [사진=밀리언마켓 제공]
김아름 기자 beaut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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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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