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3저 호황-2016년 3저 악재···세계 수요 차이로 명암원화절하, 저유가 등 긍정적 요인 불구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쇄중국리스크 대응-내수·수출 균형 등 뉴노멀 대응 전략 짜야
1980년대 말 우리 경제 고도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3저 호황(저유가·저금리·저달러)이 최근 3저 악재로 돌변했다.
당시와 달리 세계경기 불황이 짙어지면서 해외수요가 떨어지고 있다는 차이가 지금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모든 긍정적인 요소들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우리나라는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저유가로 기업의 생산비용이 줄어 채산성이 높아졌다. 금리가 낮아 기업의 이자부담은 낮았다. 저달러 상황이었지만 엔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본을 추격하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호황이 겹쳐 글로벌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은 날개를 달았고, 수출로 매출이 증가한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투자와 고용을 늘려 우리경제는 선순환 성장이 가능했다.
지금은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하나 더 얹어졌지만, 상황은 그때와 정반대다.
예상을 넘어선 원유의 급격한 가격폭락은 산유국의 재정을 무너뜨릴 정도의 파급력을 지녔고, 결국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감소를 야기했다. 산유국의 위기는 전세계 수요위축의 한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원자재값 하락으로 물가는 내려갔지만 체감물가는 올라 쪼그라든 소비심리는 회복되지 않아 내수위축으로 번졌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경기 불황의 장기화 조짐이 보이자 기업들은 투자의 문을 닫았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가계부채와 노후불안으로 가계는 소비를 꺼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화절하는 수출기업에 긍정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원화가치 하락의 원인이 중국의 경기둔화, 증시불안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경제와 ‘커플링’됐다는 세계의 평가가 원화가치 하락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또 우리나라 수출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 하락폭이 원화보다 커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을 뺏겨버렸다.
잇단 돌발변수들도 한 몫 했다.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국민들은 마음과 함께 지갑도 차가워졌다.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발했고, 미국은 제로금리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세계수요 위축의 불씨를 당겼다. 중국정부의 전문적이지 못한 시장개입과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 등은 중국경제에 대한 불신만 높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새로운 기준(뉴노멀. New-Normal)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발 리스크 대응노력을 확대하고 대중국 전략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고,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근본적으로 내수경제 활력을 높여 심화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외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hsc329@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