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의지’에도 업황 악화로 번번이 무산업황 회복 기대에 따라 올해는 상장할 것이란 분석도
국내 정유업계 4위 현대오일뱅크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실적 부진으로 연초부터 상장과 매각설에 시달려온 가운데 올해는 난관을 딛고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를 매각하지 않는 대신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7일 조회공시를 통해서도 “현대오일뱅크의 매각을 결정한 바 없다”면서 “시장여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 국내 증시에 상장을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히며 매각설을 종식시켰다.
현대오일뱅크 내부에서도 모기업의 이 같은 방침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대중공업 측이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업계 내에서는 정확한 상장 시점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1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지만 업황 악화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4월에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정제마진과 정유업계 주가가 나란히 하락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돌연 계획을 철회했다.
이듬해에도 관련 테스크포스(TF)를 재구성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를 이끌던 권오갑 사장은 사보를 통해 기업공개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2012년의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에 차질을 빚은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유럽연합(EU)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에 대한 유럽 보험사의 보험 제공 중단을 결정하면서 약 10%를 이란에서 수입해오던 현대오일뱅크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012년과 상황이 정반대가 된 올해가 현대오일뱅크 상장의 적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유가 속에서도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란산 원유 도입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서 원유 생산량을 동결키로 합의하면서 원유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국제유가 바닥론’도 힘을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91.3%를 보유한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도 상장을 추진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상장 과정에서 투자금액 일부를 회수함으로써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으며 영업적자도 총 1조5401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1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알짜회사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매출 13조96억원과 영업이익 6293억원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외부에서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을 6조~7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올해도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증시여건 악화로 제 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연내 상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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