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계열사, 3월부터 직급체계 간소화 단행연공서열보다 직무 중심으로 업무 환경 개혁수평적 분위기서 생산적 실용경영 구현 꾀해
더불어 연공서열 중심의 과거형 구조를 과감히 혁파하고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환경을 바꿔 스마트한 업무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개혁의 뜻으로도 볼 수 있다.
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카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그룹 내 일부 계열사가 올해 3월부터 직원들의 직급체계를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시켰고 직급 명칭도 각 업종의 성격과 환경에 맞게 바꿔 이를 실행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 계열사 내 기본 직급체계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로 이뤄져왔다. 보통 사원과 대리는 최소 4년 이상 근무해야 승진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과장, 차장, 부장은 5년 이상 일해야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깬 곳은 핵심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3월부터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 체계로 직급이 간소화됐다. 선임 직급은 기존 대리에 해당하고 책임은 과장과 일부 차장, 수석 직급은 일부 차장과 부장급 직원들에게 해당된다.
사실 삼성 내에서 4단계 직급체계는 삼성화재와 삼성자산운용 등 일부 금융 계열사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기존 5단계 직급체계보다 장점이 더 많다는 내부 판단을 내리고 덩치가 큰 다른 계열사로도 이 제도의 확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조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월부터 5단계 직급체계를 과감히 없앴다. 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두 ‘프로’라는 직급으로 불리고 있다. 보직 간부와 임원들을 제외하고는 직급이 통일된 셈이다. ‘프로’라는 직급은 제일기획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이 오랫동안 유지돼왔던 직급체계를 과감히 개혁하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직원들의 업무 성과나 효율성보다 연공서열에 의거해 조직이 꾸려지다보니 시대의 변화에 비해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다는 점이 첫째 이유다.
서열보다 업무 성과가 강조된 만큼 조직의 분위기는 한껏 수평적으로 바뀔 것이고 그 이후에는 유연하고 생산적인 업무 아이디어가 창출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직급체계 개편의 배경이기도 하다.
아울러 의사 결정 구조를 조금이라도 간소화해 이건희 회장이 10여년 전 강조했던 ‘마하경영’을 현실화하자는 의지도 담겨 있다.
직급체계가 바뀐 계열사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아직까지는 새 직급명이 낯설지만 딱딱했던 조직 분위기만큼은 한껏 수평적으로 변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측이 당초 의도했던 ‘수평적 분위기 속의 효율적 경영 구현’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최근 직급체계를 바꾼 계열사의 추후 반응에 따라 다른 계열사로도 직급체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삼성카드가 직급체계 개편 추진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타당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고 그룹 계열사의 핵심인 삼성전자도 적절한 시점에서 직급체계를 바꿔 분위기를 일신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재배치를 통해 실용경영을 실험했던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에는 인재 활용에 대한 실용 실험을 하고 있다”며 “단순한 포트폴리오의 실용화를 넘어 조직 문화의 실용화를 통한 위기 타개가 이 부회장이 꿈꾸는 실용경영의 목표점”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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