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참 반가운 이름이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하얀 피부, 진한 눈썹이 주는 그의 인상은 참 깨끗하고 바르다. 하얀 도화지 같은 그의 얼굴은 총천연색 배역으로 채색된다. 언제 보아도 그의 인상은 참 좋다. 박용우하면 소처럼 맑고 큰 눈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용우는 매력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깨끗한 눈빛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박용우는 고심 끝에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에 출연했다. 그가 출연을 신중히 한 데에는 자신에 대한 투영이 두려워서였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배우 박용우가 아닌 인간 박용우와 형준이 겹쳐지는 경험을 한 박용우는 선뜻 ‘순정’ 출연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박용우를 붙은 것은 ‘순정’이 품은 희망이라는 메시지였다.
“새로운 시작에 감사하며 연애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철이 덜 들었어요. 순정남이죠. 그래서 더 ‘순정’이라는 영화가 두려웠나봐요. ‘순정’으로 희망을 봤어요. 모든 영화가 사랑을 말하죠. 다양한 관계에서 사랑을 그리는데, ‘순정’ 역시 마찬가지죠. 그 속에서 사랑만큼 희망의 색채가 강하게 다가왔어요. 관객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과 배역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죠.”
1994년 MBC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박용우는 작품을 선택하고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올곧은 신념이 있다. 재밌는 점은 그 신념이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용우가 꺼낸 ‘희망’이라는 메시지는 그가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키워드다. 그는 ‘순정’을 통해 희망과 진심을 보았다고 했다.
“‘순정’ 같은 영화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진심을 보았죠. 모든 영화에 장단점이 있잖아요. ‘순정’의 장점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실천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 진심이 담겨있다는 점이었죠. 그런 것들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박용우는 범실(도경수 분)이 성장한 2016년 형준으로 분했다. 도경수가 자라서 박용우가 된 셈인데, 그는 아역과 성인연기자 사이에서 관객에게 노출 될 수 있는 괴리감에 대해 걱정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범실과 형준의 눈이 하나로 교차되는 지점이 있음을 공감할 터.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점프하는 구조를 기진 영화를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성인 분량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거슬리고는 했어요. 어린 시절을 봤을 때는 좋지만 성인으로 가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죠. 그런 점이 관객에게 불편함을 끼칠까 걱정했어요. 부담스러웠죠. ‘순정’은 좀 달랐어요. 어린시절, 순수하고 맑은 감정에 주안을 주다가 성인으로 가면 현실적인 부분으로 전개되죠. 그 흐름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박용우는 영화 ‘봄’(2014) 이후 2년 만에 관객들과 만났다. 간간히 드라마, 영화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 이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나고 싶어하는 팬들의 기다림은 길어졌고 컴백을 바라는 목소리를 높아졌다. 언론과의 인터뷰 역시 오랜만이었다. 반가웠다. 보고 싶었다는 기자의 말에 박용우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름 바빴어요. 취미생활도 해야죠, 집안도 돌봐야죠.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요. (웃음) ‘왜 이렇게 안나왔어’, ‘자주 모습을 보여달라’ 라는 관객들의 말을 들으면 감사하죠. 한 마디로 보고 싶었다는 거잖아요. 반대로 많이 나왔는데 ‘그만 나와라’라고 하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에요. 관객들이 항상 반가워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작품으로 자주 인사드릴게요. 평생 연기할 거니까요. 연기에 정년이 없잖아요. 멋있게 늙을 거에요.”
박용우도 ‘순정’ 속 형준처럼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을까. 그에게 첫사랑에 대해 물으니 정의를 먼저 바로잡았다. 잠시 골몰하던 그는 첫사랑이 무엇이냐 반문했다. 말그대로 처음하는 사랑을 첫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는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지금 사랑을 하게 되면 그게 첫사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 분이 첫사랑이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첫사랑이 특별한 것은 길들여지지 않은 감정, 설렘이 동반되기 때문이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바지죠. 키워드는 설렘이죠.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감정이잖아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죠. 앞으로도 계속 길들여지지 않은 설렘을 느끼고 싶어요.”
박용우는 가슴 설레는 인연을 기다리며 결혼 보다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을 많이 할 때도 있지만, 작품을 많이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박용우는 평생 연기를 하겠다는 마음처럼 연기와 사랑에 순정을 간직한 둘도 없는 순정남이었다. 그는 연기와 사랑을 하나의 동그라미로 묶었다.
“결혼이요? 결혼보다 사랑이 하고 싶어요. 결혼이라는 제도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끝을 생각하며 하는 연애가 어디있을까요. 그렇게 골인하는 결혼은 우습죠. 지난날 새로운 시작에 감사하며 연애했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사랑만큼 소중한 것은 없죠. 직업이 무엇이니, 내가 손해를 보느니 어쩌니 하는 판단기준은 그저 허울일 뿐이죠. 껍데기 보다는 본질에 주목하려 해요. 연기도, 사랑도. 모든 사람이 똑같다고 저까지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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